1000세대 이상 대단지 위주에서 제공···식사 당 7000원~1만원
고물가·맞벌이 부부 증가·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영향 받아
수주전에선 '식사 서비스 제공' 등 조건으로 내거는 조합도 늘어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고급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시작된 아파트 조식·석식 서비스가 늘어나는 수요에 대중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 끼당 이용료는 7000원~1만원 사이로 입주민 입장에선 매일 지출하기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고물가가 지속되고 집에서 밥을 해먹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 시니어 가족 수 등이 늘어나고 있어 향후 이러한 서비스가 대세가 될 거란 평가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 내 식사 제공 서비스는 2017년 서울 성수동 '트리마제'가 처음 도입한 이후 서울 강남·여의도 등 부촌 단지로 확산했다.
지난해 말 입주한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6702가구)는 현재 조·중·석식 세 끼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개포래미안포레스트'(2296가구), '개포자이 프레지던스'(3375가구) 등도 마찬가지다. 개포자이 프레지던스는 조식으로 간단한 죽과 샐러드를 제공하고, 중·석식은 한식, 양식, 중식, 일식과 간편식 등 다양한 메뉴로 구성된다. 입주민은 9000원에, 입주민과 동행한 외부인은 1만원에 이용 가능하다. 식당 내 키오스크를 이용해 안면인식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강남권이 아닌 △마포구 마포프레스티지자이(1694가구) △용산구 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1140가구) △성동구 e편한세상 금호 파크힐스(1330가구) △동대문구 래미안 엘리니티(1048가구) △롯데캐슬 SKY-L65(1425가구)도 조식 및 중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롯데캐슬 SKY-L65의 경우 일요일에는 뷔페·과일 케이터링 서비스도 있다. 조식 한 끼 가격은 7000원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경기·지방 분양 단지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2월 경북 포항 '힐스테이트 더샵 상생공원'은 입주민에게 조·중식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분양한 부산 남구 '대연 디아이엘'도 곧 조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경기 성남 위례자연앤 래미안 e편한세상, 경기 화성시 기안동 분양전환형 민간임대 아파트 '시그니처 에이치'도 서비스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선 이 같은 서비스의 확산 배경으로 1~2인가구 증가,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를 꼽는다. 예전과 다르게 전업주부가 줄면서 맞벌이 부부가 늘어났고, 노인 가구 등도 증가하는 추세라 집에서 음식을 해먹기보단 제공되는 식사를 하고 싶다는 수요층이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배우자가 있는 가구 중 맞벌이 가구 비중은 △30대(58.9%) △40대(57.9%) △50대(58.0%) 등 절반을 훨씬 넘어섰다. 또 주택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가구 수는 총가구의 35.6%인 775만가구에 달해 역대 최고치다.
그러나 고정적이지 않은 단지 내 서비스 수요 때문에 입주민 간 갈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아직 문제다. 개인 차가 있기 때문에 식사 품질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식사 서비스 운영비 대부분은 공용부분 관리비에 반영되기 때문에 조식을 이용하지 않는 입주민 입장에선 민원을 제기하기 쉽다.
실제로 지난 2017년부터 약 1년간 1인당 5500원에 조식 서비스를 운영했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는 비용 문제로 중단했다. 반포동 반포자이와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도 앞서 조식서비스를 운영했다가 몇 달 만에 이용객이 급감하며 폐지한 바 있다.
아파트를 짓는 시공사 입장에서도 수요 고객을 예상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식당으로 이용할 수 있을 만한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실제로 최근 신규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선 '식사 서비스 제공' 등 고급 커뮤니티 서비스를 조건으로 내거는 조합이 늘며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업계에선 인구구조 변화와 아파트 커뮤니티 서비스 수요 증가 추세로 봤을 때 단지 내 식당 제공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시도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는 이제 여러 기능을 합친 복합 주거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조식과 석식 등을 제공하는 단지들이 부쩍 늘었는데 이러한 단지에선 주부들의 부엌일을 크게 줄고 하루에 한 끼도 집에서 먹지 않는 영식(0식)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