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노, 임금 인상률·성과급 갈등···창사 55년만에 첫 파업
양사 '성과급' 온도차···삼성전자 노사갈등 봉합 최대 쟁점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가 임금 협상 시즌을 맞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불황에 이어 업황이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임금에 이 같은 부분을 반영해야 하는 숙제를 받았다.
SK하이닉스 전임직(생산직) 노조가 27일부터 사측과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 들어간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전임직 노조는 이날 회사측과 임금협상 상견계를 진행한다. 앞서 기술·사무직 노조는 26일 사측과 상견례를 가졌다. SK하이닉스는 전임직과 기술·사무직이 별도로 임금협상을 진행한다.
전임직 노조는 올해 임금 협상안에 임금 인상률 8% 반영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3.5% 늘어난 수준으로 지난해에는 반도체 불황을 고려해 임금 인상폭을 줄이고 흑자 전환 시기에 소급 지급하는 '후불제'를 적용한 바 있다. 올해 임금 인상폭이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나면서 사측과 협상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직 노조는 임금협상안으로 평균 직무급 24만원(정액+정률 적용)과 평균 경력급(8만7756원)을 포함해 총 32만7756원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전임직 직원의 평균 직무급은 296만136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8%대 인상이다. 올해 초 이뤄진 2% 수준의 선인상이 반영된 수치다.
전임직 노조는 회사 실적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임금 인상률을 반도체 불황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지난해 노조 측이 제시한 임금인상은 기본급 기준 6.5%였다. 이는 2021년 8%, 2022년 9%에 비해 줄어든 수특히 준이다. 노사 협의 과정에 기본급은 4.5%로 합의가 이뤄졌고 이 같은 인상분 역시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하는 시점에 소급 지급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이 밖에 PS도 영업이익의 10%에서 15%로 상향을 요구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부터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산정 기준을 공개한 바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해 임금 협상에서도 요구안으로 내세웠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반면 지난 3월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인상률을 5.1%로 합의한 삼성전자는 노사 갈등이 이어지며 지난 7일 창사 첫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당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일부 노조원들은 화성사업장에서 경계현 당시 삼성전자 DS부문장과 면담을 요구하다 사측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또 전삼노는 4월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쟁의권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화성사업장과 서울 서초 사옥에서 단체행동을 진행했으며 지난달 말 파업을 선언하고 6월 7일에 단체로 휴가를 내는 연가 투쟁을 펼쳤다. 전삼노는 2022년과 2023년에도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전삼노에 따르면 당초 노조 측이 요구한 임금 인상안은 평균 인상률 6.5%와 유급휴가 1일 확대 등이었다. 노조 측에 따르면 노사협의회가 합의한 평균 인상률 5.1%는 상위 평가자와 고성과자 직원들의 높은 인상률이 중심이 된 것이며 대부분의 직원들은 평균 인상률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올해 연간 영업이익 목표치가 11조원임에도 성과급을 0원으로 산정해 노조 측의 반발이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연간 영업이익 29조원을 기록할 경우 성과급 50%를 지급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5.1%지만, 이 가운데 성과급 인상률이 2.1% 포함돼있어 직원들이 체감하는 실제 임금 인상률은 3%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노조 측은 회사에 성과급 산정 기준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대외비'라는 명목으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11조원에 이르더라도 직원들의 성과급이 0%가 되는 산정기준을 공개해야 한다. 회사 측은 경제적 부가가치(EVA)에 따라 산정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회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파업이 징검다리 연휴에 이뤄진 것인 만큼 생산에 큰 차질을 주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가 파업의 여지가 남아있는 만큼 자칫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