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약 2주만에 1370원대로 마감했다. 미국 경기둔화 우려가 불거진 가운데, 반기말을 앞두고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나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발표를 앞두고 관망세가 나타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장 대비 9.1원 내린 달러당 1376.7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370원대로 마감한 것은, 지난 14일(1379.3원, 종가) 이후 처음이다.
이날 하락세의 배경은 다소 복합적으로, 먼저 완만한 미국 경기둔화 전망을 들 수 있다. 전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는 1.4%로 집계됐다. 이는 잠정치(1.3%)를 소폭 웃돌지만, 작년 4분기 성장률(3.4%)을 크게 하회했다.
고용 역시 둔화됐다. 지난주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전주 대비 23만3000명 증가, 예상치(23만6000명)를 소폭 밑돌았다. 다만 1주 연속 청구건수는 183만9000명으로 202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상태다.
이 밖에 5월 내구재 수주의 경우 전월 대비 0.1% 증가하며 예상치(-0.5%)를 상회했지만, 4월 수치가 기존 0.6%에서 0.2%로 크게 하향 조정됐다.
이뿐만 아니라 기업투자의 선행지표로 해석되는 항공기 제외 비군수용 자본재 수주가 한달새 0.6% 감소했다. 이는 올해 처음 감소세로, 예상치(0.1%)를 크게 밑돌았다. 향후 수요 둔화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때문에 전일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3%선을 하향 이탈했으며, 2년물 금리 또한 4.70%선까지 후퇴했다. 달러 인덱스 또한 전일 105.4pt선까지 밀렸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중시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날 발표되는 5월 PCE 물가지수 상승률과 근원 PCE 상승률이 각각 2.6%로, 전월 대비 0.1%p, 0.2%p씩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환율 상승세를 견인한 엔화 가치가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오전 달러·엔 환율은 161엔을 돌파, 1986년 12월 이후 38년 만에 최저가치를 경신했다. 반대로 달러인덱스는 현재 105.7pt까지 상승한 상태다.
이에 대해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연구원은 "반기말을 맞아 어제 오늘 수출 네고물량이 좀 많이 나왔고, 역외에서도 달러 롱포지션을 조금 꺾는 분위기"라며 "보통 원화는 엔화·위안화와 동조하는데, 이날 원화만 홀로 강세를 보인 것은 역내 수급 쪽에서 네고가 많이 나왔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