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전세대출 'DSR 규제' 시동···갭투자 차단
금융당국, 전세대출 'DSR 규제' 시동···갭투자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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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에 'DSR 적용 범위 확대' 계획 보고
서민 실수요 피해 '우려'···유주택자부터 DSR 검토
서울 시내 아파트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당국이 보다 촘촘한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전세대출에 대해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실수요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을 위해 전폭적인 규제보단 먼저 유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규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DSR 규제 도입으로 대출한도가 대폭 떨어지면 전세대출을 활용한 부동산 투기·투자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DSR 제도의 내실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했다. 이번 DSR 제도 내실화는 전세대출 이자상환액까지 DSR 원리금상환액에 포함해 '갚을 수 있는 능력' 안에서 대출 받는 관행을 안착시키는데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다.

앞서 금융위는 올해 초 발표한 '2024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통해서도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전세대출 일부를 DSR에 포함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DSR은 차주가 연간 갚아야 할 원리금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 은행 대출에는 DSR 40% 비율이, 비은행 대출에는 50% 비율이 적용된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을 받았다면 전체 받은 대출의 연간 상환액이 해당 차주가 1년간 벌어들이는 소득의 40~50%를 넘을 수 없다는 뜻이다.

현재 DSR 규제에는 전세대출이 포함되지 않고 있다. 100조원에 달하는 전세대출에 대해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전세대출을 통해 주거지를 마련하는 서민 실수요자들이 많아 DSR 규제를 섣불리 적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세대출 잔액은 118조2226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전세대출에 대한 DSR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전세대출은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 100% 가까이 보증을 해주기 때문에 은행도 까다롭지 않게 대출을 내주는 등 방만하게 운영된 측면이 있다. 예컨대 현금 보유량이 많아 대출을 많이 받을 필요가 없는 차주라도 전세대출을 한도껏 받아 주식, 가상자산 등에 투자하는 '규제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세대출은 '갭투자(전세 낀 매매)'를 통한 집값 상승 부추기기에 활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이 적은 집을 매입하면서 전세대출을 이용하는 것을 '갭투자'라고 한다. 전세대출이 DSR 규제에서 자유로운 만큼 세입자는 대출을 한도껏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는 본인 돈을 많이 쓰지 않고도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것이다.

KB금융그룹 산하 KB경영연구소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주담대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세보증금을 주택 매매를 위한 레버리지로 활용하고자 하는 투자수요와 맞물리면서 주택가격이 상승했고, 전세대출이 전세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면서 갭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며 "전세자금대출을 DSR에 포함하고 매매가 대 전세가가 70% 이상인 주택에 대해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국내 은행 가운데 전세대출 잔액이 가장 많다.

전세대출 규제 필요성이 커지자 당국은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성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유주택자가 받는 전세대출에 대해 먼저 DSR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금융권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유주택자가 받는 전세대출에 대한 DSR 규제가 도입됐을 때, 대출한도는 대폭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대출을 통한 추가 투자가 사실상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연소득이 8000만원이 유주택자 A씨가 주담대 3억원을 연 3.6% 금리(만기 30년·원리금균등상환)로 빌린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A씨가 연 3.9% 금리(5대 은행 주금공 보증부 전세대출 평균금리)로 전세대출(2년 만기일시상환)을 추가로 받는다고 하면 DSR 40% 규제 아래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 한도는 6500만원이다. A씨의 연소득이 5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같은 조건 아래에서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전세대출 액수는 1500만원에 그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대출 DSR는 실수요를 가려내는 것이 관건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지방 발령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전세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도 있을텐데 유주택자라는 이유로 일괄 규제를 받는 데 대한 억울한 피해자도 분명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금리인하 시그널이 커지면서 주택 거래가 활발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보통 갭투자 수요가 커진다"며 "이러한 투기를 막으려면 매매가 대비 전세가액이 높은 주택들에 들어가는 전세대출부터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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