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인하' 깜빡이 켰지만···시장, 8월보다 10월 인하 '무게' (종합)
한은 '금리인하' 깜빡이 켰지만···시장, 8월보다 10월 인하 '무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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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인플레 진전에도 매파적이었던 만장일치 '동결'
금리인하 전망 늘었지만···"인하 기대 선반영 과해"
물가에서 금융안정으로···8월 인하 기대 사실상 배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현재 시장에 형성된 금리인하 기대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이를 선반영해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7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이 총재는 물가 측면에서 상당한 진전이 나타난 만큼 금리인하를 검토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지만, 외환시장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을 고려하면 빠르게 인하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이로써 최근 시장에서 형성된 8월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배제됐다는 평가다.

11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연 3.5%로 만장일치 동결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12회 연속 동결로, 시장 예상과도 부합한다.

주목할 점은 이번 금통위가 지난번 대비 완화적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향후 금리인하에 대한 소수의견이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된 것을 들 수 있다.

해당 전망의 주요 근거는 2.4%까지 하락한 물가상승률이다. 이는 한은 금통위의 목표치(2%)에 근접한 수준이다. 금통위 역시 연간 물가상승률 역시 지난 5월 전망치(2.6%)를 소폭 하회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 등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에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2명이 향후 3개월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냈다. 물가상승률이 많이 낮아진 만큼, 금리 인하 가능성을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판단이다. 다만 외환시장 동향과 가계부채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통방문에서도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 "둔화 흐름을 이어가면서 목표수준으로 점차 수렴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5월 통방문에서 "물가 전망의 상방 리스크가 커져,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평가한 것에 비해 완화적으로 변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 역시 금통위의 금리인하 관련 기대감을 높였다. 최근 미국 물가·고용지표가 둔화 흐름을 보이면서 미 연준의 9월 인하(0.25%p) 가능성이 71.1%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연내 2회 이상 금리를 인하할 확률도 74%가량 반영되는 등 기존 전망보다 훨씬 완화적으로 변했다.

반면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를 매파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장에서 예상한 인하 소수의견이 나오지 않은데다, 인플레이션 측면의 진전에도 가계부채 등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우려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반복적으로 강조됐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를 인하할 경우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증대시키고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경계심을 표했다.

5월 금통위와 다르게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우려를 표한 것도 눈에 띈다. 그는 "서울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예상보다 빠르다"며 "유동성 공급이나 잘못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줘서 주택 가격을 상승시키는 정책적 실수를 하지 말자는 것에 금통위원 모두가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기자간담회에서도 언급됐듯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이 오는 9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8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종합하면 시장 내 확산된 8월 인하 기대감은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한은 금통위의 금리인하 시점을 10월로 보고 있다. 특히 미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시점이 9월이라는 점에서 불확실성 하나를 해소할 수 있는데다, 가계부채 관련 데이터를 좀 더 수렴할 수 있다는 게 그 배경이다. 인하횟수도 1회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통방문에서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겠다는 문구를 고수했으며, 인하 소수의견이 부재했다"며 "총재가 연말까지 볼 때 인하 시점과 폭이 연결 가능하다고 언급한 점을 종합하면, 8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연내 인하 폭도 1회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금통위는 예상보다 분명 매파적인 이유는 물가가 아닌 금융안정, 특히 가계부채에 있다"며 "이번 금통위는 전반적으로 인하 시그널은 주되, 시장이 너무 앞서나가는 것을 바로잡는 과정이라고 본다. 이를 감안하면 4분기 중 1회 인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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