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중심 소비 약화세···"완만한 둔화 흐름 예상"
소비 살아난 유럽···"對 유럽 수출, 시차 두고 개선될 것"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최근 미국 개인소비가 약화되며 국내 수출 호조를 견인한 대미(對美) 소비재 수출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반면 유로 지역의 소비는 개선세를 보이고 있어 관련 수출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한국은행 조사국은 '미국과 유로지역의 소비흐름을 어떻게 볼 것인가 : BOK이슈노트'를 통해 이 같이 진단했다. 미국과 유로 지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7.9%, 52.4%에 달하는 만큼, 교역상대국 성장에도 영향을 줄 중요 이슈라는 설명이다.
먼저 미국 소비의 경우 지난 코로나 팬데믹으로 급감했지만, 정부의 강력한 재정지원과 고용 호조 등으로 빠르게 회복한 바 있다. 실제 주요국 중 유일하게 장기(10~19년) 추세 수준을 상회키도 했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금리에 민감하고 고가인 내구재(자동차, IT기기 등)를 중심으로 재화소비가 둔화되고 있다. 특히 서비스소비가 의료·금융·여가부문을 중심으로 양호한 증가세가 지속된 반면, 식료품 등 생필품의 증가세는 약화되고 있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 양극화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고민지 한은 조사국 과장은 "기본적으로 고물가·고금리 영향이 누적된 데다, 그간의 소비모멘텀을 지지했던 초과저축이 대부분 소진됐다"며 "특히 소득기반이 취약한 청년층의 카드·오토론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자산·소득규모가 작고 신용도가 낮은 취약 가계의 소비여력이 상대적으로 더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미국 소비 둔화흐름은 앞으로도 완만하게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 과장은 "근로소득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 자산 가격 상승에 힘입은 고소득층의 양호한 소비여력, 미 연준의 금리인하 여건 조성 등을 감안할 때 소비가 단기간 내에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지역 민간소비는 미국과 달리 팬데믹 이후 장기간 부진을 지속했다. 러·우전쟁 등 불확실한 경제여건, 금리인상 등의 여파다. 특히 임금 협상에 물가상승률 반영이 늦고,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유로지역의 특성상 미국보다 고물가·고금리 영향이 더 컸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유로지역 소비는 최근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가계 실질소득이 디스인플레이션에 힘입어 최근 증가 전환된 데다, 향후 재화소비를 중심으로 긍정적 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조업 중심 국가에서 재화소비 부진이 완화될 경우 '생산→소득→소비'의 선순환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유럽중앙은행(ECB)의 점진적인 통화완화와 통화정책의 파급시차 등을 고려하면 소비 개선 효과는 내년에야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 과장은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대미 소비재 수출 증가세는 여전히 양호하겠지만, 미국 소비의 완만한 둔화흐름의 지속이 예상됨에 따라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반면 유럽의 경우 실질소득 확대, 금융여건 완화 등에 힘입어 소비와 제조업 경기가 나아질 것이다. 이 경우 그간 부진했던 대유로 지역 수출이 시차를 두고 개선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