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부도설' 큐텐···무리한 외형 확장 결국 '부메랑'으로
[초점] '부도설' 큐텐···무리한 외형 확장 결국 '부메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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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에 이어 티몬 대금 정산 지연···유통·여행사 티몬·위메프 판매 중단
큐익스프레스 자본잠식·현금유동성 악화···티몬 유동부채 7193억원 달해
NHN KCP, 토스페이먼츠 등 카드결제 중단···은행 선정산대출 잠정 중단
업계 "셀러 이탈 가속화 상품 거래 악영향 줘···무리한 몸집 불리기 화근"
구영배 큐텐 대표 (사진=큐텐)

[서울파이낸스 이지영 기자]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큐텐(Qoo10)이 산하 플랫폼들의 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해 자금 위기설에 휩싸였다. 가뜩이나 큐텐 산하물류 기업 큐익스프레스도 적자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자본잠식 상태인 이커머스 플랫폼을 무리하게 인수한 것이 독이 돼 돌아온 것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그룹의 계열사인 티몬, 위메프의 판매자(셀러)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확산하면서,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가 카드 결제를 중단했다. KB국민은행, SC제일은행 등 주요 은행들도 판매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벌어진 티몬·위메프 등에 대해 선정산대출 취급을 잠정 중단했다. 전날 정오부터는 NHN(페이코)가 티몬의 자체 선불충전금인 티몬캐시와의 포인트 전환을 중단하면서 관련 판매자들이 잇따라 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큐텐이 운영하는 AK몰을 제외한 롯데쇼핑, 현대백화점, GS리테일, 신세계, CJ ENM 등 대부분 유통 기업들은 잇따라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했던 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위메프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백화점관의 경우 현대백화점 상품 판매가 중단됐다.

홈쇼핑관에서는 현대·신세계라이브·공영·GS홈쇼핑과 CJ온스타일·SK스토아·홈앤쇼핑 등이 판매 게시물을 모두 내렸다. 전문몰관에서 LF몰·다이소몰·엔터식스·아이파크몰 등이 철수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노랑풍선, 교원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은 티몬과 위메프에서 자사 여행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유통사와 여행사가 상품 판매 중단에 나선 것은 큐텐그룹의 위시플러스(Wish+)와 위메프에서 시작된 셀러(판매자)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티몬으로까지 번지며 자금 압박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초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불거진 건 지난 7일 위메프 입점 업체 셀러 500여명이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면서다. 최근에는 티몬까지 셀러들에게 정산 지연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앞서 위메프의 셀러 정산대금 지급 지연 이슈가 발생했을 때에도 티몬도 정산 대금 지연 가능성이 거론됐다. 당시 티몬은 최근 셀러 장산대금 지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 했지만 이를 뒤집은 것이다.

이에 티몬과 위메프는 판매자들에게 새로운 정산 시스템 8월 중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제3의 금융 기관에서 대금을 보관하고, 고객들의 구매 확정 이후 판매자들에게 지급하는 형태다. 티몬과 위메프는 상품 판매에 대한 플랫폼 사용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큐텐이 티몬·인터파크·위메프를 연이어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위시와 에이케이(AK)몰을 연달아 인수하며 자금 압박이 심각해졌다는 분석이다. 2022년 9월 티몬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잇달아 인수했다. 올해 2월 북미·유럽 기반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인 위시를 1억7300만달러(약 2300억원)에 인수했다. 3월에는 애경그룹 온라인몰인 AK몰을 사들이며 덩치를 키웠다.

문제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한국 법인이 완전자본잠식 상태라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를 보면 큐익스프레스 한국법인은 지난해 매출액 810억원으로 2022년 대비 10.3% 증가한 반면 같은기간 영업손실은 158억원, 순손실 99억원을 냈다. 전년 대비 적자폭이 각각 4.7%, 96.8%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기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은 9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총계(자본)는 마이너스(-) 243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같은기간 부채총계는 2548억원으로 자산총계(2305억원)를 243억원 초과했다.

큐텐이 인수한 이커머스 계열 티몬·위메프 역시 실적이 저조하다. 티몬은 2022년 영업손실 15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760억원)보다 100% 늘었다. 이 기간 당기순손실도 1663억원으로 전년(793억원)보다 109.6% 확대됐다. 같은기간 티몬의 유동부채는 7193억원으로 유동자산(1309억원)보다 5884억원 많은 수준이다.

위메프의 경우 역시 지난해 유동자산은 617억원으로 유동부채(3098억원)보다 2481억원 적다. 지난해 위메프의 영업손실은 1025억원으로 전년(557억원) 대비 83.9% 확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881억원으로 전년(544억원) 보다 61.8% 늘어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큐익스프레스 한국법인은 싱가포르 물류 중간 지배기업 큐익스프레스Pte. Ltd.(Qxpress Pte. Ltd.)에 장기대여금으로 1168억원을 빌려주고 있다. 지배회사에 대한 장기대여금은 외화대여금으로 만기는 2025년 8월 23일이다. 이자율 4.60%를 적용하고 있다.

큐텐은 이번 사태를 매듭짓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구영배 큐텐 대표도 최근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위메프와 티몬, 큐텐테크놀로지 등 일부 계열사들을 합병해 사업 구조를 효율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는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장기적으로 큐텐그룹의 자금 유동성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해 불신이 커지면 큐텐그룹 산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셀러들의 추가적인 이탈을 초래할 것"이라며 "일부 판매자들의 판매 중단이 가속화될 경우 향후 상품 거래까지 영향을 줘 정산금 지급은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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