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카카오③] 엔터 시장 뒤흔든 SM 인수전, '총수 구속'의 칼날이 되다
[위기의 카카오③] 엔터 시장 뒤흔든 SM 인수전, '총수 구속'의 칼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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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SM 이사회 경영권 분쟁···카카오, SM '백기사' 등판
하이브, 주식 공개매수 실패···카카오의 반격이 사법 리스크로

우리나라 벤처 성공신화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던 카카오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 몰락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데이터센터의 화재로 서비스가 먹통이 되고,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낮은 주주환원으로 주주들의 불만을 샀고, 쪼개기 상장과 매각 시도에 노조의 반발을 샀다. 마치 '하인리히의 법칙'처럼, 큰 사고가 오기 전 찾아오는 몇 가지 작은 징후였을까? 그렇다면 총수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는 카카오에 찾아온 재난의 정점일까? 아니면 더 큰 재난의 징후일까? 그 해답은 과거에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카카오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되짚어가며 재난의 징후를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편집자 주

SM엔터테인먼트. (사진=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국내 최대 음악 플랫폼 '멜론'과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를 필두로 음악·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사업을 확장해가던 카카오는 포트폴리오의 마지막 한 페이지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집중했다.

비록 안테나뮤직과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 남부럽지 않은 라인업을 갖추고 있었으나, 막강한 글로벌 IP(지식재산)를 갖춘 SM엔터테인먼트는 특히 몇 년간 내수 시장에 갇혀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카카오에게 그야말로 최고의 파트너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를 염두하던 입장에서도 SM의 인수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 이수만-SM 이사회 경영권 분쟁···카카오, SM '백기사' 등판= 당시 SM의 경영진들은 SM 설립자이자 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PD와 경영권을 두고 적지 않은 분쟁을 겪고 있었다. 지난 2022년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이 SM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경영진이 이를 수용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SM에 대한 감사 자리를 확보한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수만 총괄이 지분 100%를 가진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이 매년 컨설팅 명목으로 SM 전체 매출의 6% 수준을 받아왔다며 횡령배임 혐의로 이 총괄을 고소한다고 밝혔다. SM은 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조기 종료했고, 이는 이사회가 이수만 총괄과 경영적으로 결별하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 카카오는 지난해 2월 7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 3자간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SM 지분 9.05%를 신주 및 전환사채 형식으로 약 2171억원에 인수하며 2대 주주에 올라섰다. 당시 업계에서는 SM의 이사진이 지배권 확보를 위해 카카오를 백기사로 내세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잃은 이 총괄은 법원에 카카오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새로운 협상 파트너로 하이브를 낙점했다. 그는 2020년 자신의 지분 매각 당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던 하이브에 지분을 넘기는 것을 꺼려했으나, 이사회가 등을 돌리며 보유 지분 매각을 위한 선택지가 크게 좁혀진 상황이었다. 

◇ 'SM 최대주주' 오른 하이브···공개매수 시도에 '난항'= 이 총괄을 등에 업은 하이브는 카카오의 지분 확보 이틀 뒤인 2월 9일 최대주주인 이 총괄의 SM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하며 SM의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국내 엔터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던 두 회사의 결합으로 거대 공룡 기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최대 주주 자리에 오른 하이브는 같은 날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도 최대 25%(595만1826주)까지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9만8500원에 마감한 SM 주가는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선언한 10일 11만4700원까지 올랐다. 

처음에는 이같은 주가 상승이 하이브의 공개매수 효과로 여겨졌으나, 이후 주가는 하이브의 계획을 벗어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SM 주가는 지난해 2월 15일 12만2600원으로 공개매수 가격을 넘어서더니 16일에는 13만원을 돌파한 13만3600원까지 급등한 후 13만1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결국 SM 주가는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28일에도 12만7600원으로 장을 마감해 공개매수가보다 높은 가격을 이어갔다. 이에 하이브에 입찰된 금액은 당초 목표치인 25%에 한참 미치지 못한 0.98%(23만3817주)에 그쳤다. 하이브의 공개 매수 계획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하이브 측은 자사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인 매입 행위가 이뤄졌다며 금융감독원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주가 13만원을 돌파한 16일 IBK 투자증권 판교점에서 SM 발행 주식 총수의 2.9%(68만3398주), 당일 거래량의 15.8%에 달하는 매입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공개매수 청약 마감일인 28일 역시 '기타법인'이 SM 주식 108만7801주를 순매수하며 한국거래소가 3월 2일 에스엠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하는 일이 발생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카카오의 반격과 하이브 인수전 포기···끝내 '사법 리스크'로= 카카오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감 후 약 일주일 뒤인 3월 7일 일반 주주의 주식을 최대 35%(833만3461주)까지 주당 15만원에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SM 지분 9.05%를 확보하던 당시만 해도 사업 제휴를 위한 SM 경영권 인수는 없을 것이라 밝혔던 카카오가 태도를 바꾸고 하이브가 제시한 가격 이상의 금액으로 공개 매수에 나선 것이다.

부담을 느낀 하이브는 결국 3월 12일 SM 인수 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사업 협력안을 통해 실익을 챙기는 대신 경영권을 카카오에 넘기는 식으로 분쟁에서 빠진 것이다.

그런데 3월 7일 SM이 공시한 카카오 공개매수 설명서에 따르면 28일 이뤄진 주식 대량 매입의 주인공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명서 내 '공개매수자의 최근 1년간 대상주식 등의 거래내역'에 따르면 카카오는 SM 주식 66만6941주를 12만1325원에 사들였으며, 같은 날 카카오엔터 역시 38만7400주를 12만6200원에 사들였다. 두 회사가 '기타법인' 매수 물량의 대부분인 105만4341주를 쓸어담은 것이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지난해 10월 13일 경쟁사인 하이브 측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 주가를 12만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한 시세조종 혐의로 배재현 당시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강모씨, 카카오엔터 투자전략 부문장 이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배재현 전 투자총괄 대표는 "합법적 장내 주식 매수였을 뿐 시세를 조종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로 끝내 구속 기소됐다. 배 전 대표는 보석으로 석방 후 현재 1심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배 전 대표의 구속으로 급물살을 탄 수사의 칼날은 끝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을 향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23일 김 위원장을 소환해 16시간에 가까운 조사를 진행했으며, 11월 15일 SM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검찰의 소환조사와 피의자 심문 후 7월 23일 구속됐다.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카카오는 총수 구속이라는 전례없는 위기를 맞게 됐다. 신사업 전개 등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와 카카오가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해온 경영 쇄신 움직임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카카오는 CA협의체 공동의장을 맞고 있는 정신아 대표를 중심으로 김 위원장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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