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만남"···파라시스와 거리 두는 벤츠, 공급망 다변화 추진
"잘못된 만남"···파라시스와 거리 두는 벤츠, 공급망 다변화 추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ATL 대규모 공급 계약, ACC 주도 유럽 리튬 광산 활용 추진 등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량 들이 전소돼 있다. 전날 오전 6시 15분께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벤츠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 40여대가 불에 탔고, 100여대가 열손 및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사진=연합뉴스)
2일 오전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량들이 전소돼 있다. 전날 오전 6시 15분께 아파트 지하1층에서 벤츠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 8시간 20분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 40여대가 불에 탔고, 100여대가 열손 및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메르세데스-벤츠가 중국 배터리 제조사 파라시스와 거리 두기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외서 일어난 자사 전기차 화재 사고의 중심에 고온 환경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진 파라시스 배터리가 있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는 지난해 7월 미국 플로리다의 한 주택 차고에서 발생한 2023년형 EQE 350 플러스 화재로 한 차례 고초를 겪었다. 해당 전기차는 충전기를 물리지 않은 상태에서 22시간 동안 주차돼 있다가 자연 발화, 차고와 집을 불태웠다. 사고 차에는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벤츠USA는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공무원 및 전문가와 협력해 원인을 파악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로부터 1년 뒤 한국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2023년형 EQE 350 플러스가 또다시 자연 발화했다. 아파트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흰색의 EQE 350 플러스가 연기를 내뿜다 이내 폭발, 불길이 번지는 장면이 담겼다. 차주는 해당 전기차가 무충전 상태로 59시간이나 주차돼 있었다고 했다. 이 사고로 주변에 주차돼 있던 차량 140여대가 피해를 봤다. 피해가 큰 만큼 정부 감식도 신속하게 이뤄졌고, 그 결과 파라시스 배터리가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벤츠코리아 측은 "이번 차량 화재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당국에 협조해 차량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두 건의 화재 사고 중심에 있는 파라시스 배터리는 2009년 중국 간저우에서 설립된 파라시스 에너지에서 제조·납품했다. 이 제조사는 2018년 처음으로 벤츠와 배터리 주문 계약을 체결했고, 2년 뒤에는 벤츠의 지분 인수를 계기로 배터리 공동 개발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벤츠는 세계 최대 시장 중국에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파라시스 에너지와 협력관계를 구축했으나, 잦은 품질 결함에 협력관계를 이어 나가야 할지 깊이 고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라시스 배터리는 화재 위험으로 2021년 중국에서 대규모 시정조치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제조사 배터리를 납품받은 베이징차는 배터리 결함으로 전기차 3만1963대를 시정조치했다. 베이징차는 "고온 환경에서 급속 충전을 할 경우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파라시스 에너지도 결함을 인정, 시정조치 비용 전액을 부담했다"고 밝혔다.

(사진=파라시스 에너지)
(사진=파라시스 에너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벤츠는 파라시스 에너지와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대신 중국 1위 배터리 제조사 CATL과 밀착하는 한편, 스텔란티스와 함께 만든 배터리 합작사 ACC를 앞세워 유럽 내 리튬 공급망 확보에 나섰다.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통하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벤츠는 내년부터 헝가리 데브레첸 소재 CATL 공장에서 고급형 배터리를 납품받는다. 균일하게 설계된 배터리를 넣어 안전성과 신뢰성 모두를 챙기겠다는 구상이다. 참고로 CATL 배터리는 일본의 전자제품 제조사 TDK의 기술력을 토대로 제작된다.

최근에는 ACC를 통해 남유럽에 위치한 세르비아와 리튬 공급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나라 서부 로즈니카에는 유럽 최대 리튬 광산이 자리한다. 벤츠 최고경영자(CEO) 올라 칼레니우스는 협약식 현장에서 "벤츠는 세르비아산 리튬의 잠재적 고객이다. 해당 광산에서 나온 리튬으로 셀이 생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대만 배터리 제조사인 프롤로지움 테크놀로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 공동 개발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물성이 고체인 덕분에 상용화 중인 니켈코발트망간(NCM),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대비 폭발이나 화재 위험이 덜하고, 에너지 밀도도 높아 주행가능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관련, 벤츠 최고기술책임자(CTO) 마르쿠스 쉐퍼는 "2016년부터 프롤로지움 테크놀로지와 전고체 배터리 관련 협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는 이 배터리가 전기차의 새로운 장을 열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프롤로지움 테크놀로지는 내년 중 프랑스 북부에 생산공장을 착공하고, 이르면 2027년부터 벤츠에 전고체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벤츠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파라시스 에너지는 한 외신 기고문을 통해 "벤츠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벤츠는 현재 CATL 대규모 공급 계약, ACC 주도 리튬 광산 활용 추진, 프롤로지움 테크놀로지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으로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는 일본 요코하마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배터리 제조사 AESC와 신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롤로지움 테크놀로지 전고체 배터리 시험 생산라인 (사진=프롤로지움 테크놀로지)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