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SK온 사장"(시장 위축) 지켜봐야···하반기 잘하기 위해 노력"
[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11분기 연속 적자 늪에 빠진 SK온에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까지 더해지며 'SK온 구하기'에 빨간불이 커졌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는 배터리 업계에 전기차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며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부담까지 더해졌다. 정확한 발화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 화재 발생이 잇따르고 있는 기아 EV6에 SK온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하반기 반등을 노리는 SK온의 상황에도 우려가 나온다. SK온은 올해 2분기 영업손실 4601억원을 기록했다. SK온은 SK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꼽혔지만, 2021년 출범 이후 단 한차례도 흑자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생산시설 평균 가동률은 2022년 86.8%, 2023년 87.7%에서 올해 상반기 53%대로 떨어졌다.
또 LG이노베이션, 삼성SDI, SK온으로 대표되는 국내 배터리 3사 가온데 SK온이 유일하게 상반기 직원 수를 감축했다. 그동안 SK온은 후발주자로서 공격적인 투자와 채용을 이어갔으나 반기 기준 처음으로 인력 규모를 줄였다. 지난해 말 3593명이었던 직원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3558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캐나다에 건설 예정이었던 양극재 공장 또한 시황 악화로 공사 중단됐다. SK온, 포드, 에코프로비엠 등 3사는 지난해 8월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4만5000톤 규모의 공장을 착공했다. 기존 2026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했지만 해당 공장은 포드가 경기 침체로 사업 계획을 재검토하면서 연기됐다. 합작공장을 통해 3사는 북미에서 소재(양극재)-부품(배터리)-완제품(전기차)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구축을 기대했다.
앞서 인천 대단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에서 불이 나며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차량 한대에서 발생한 불이 주변에 주차된 140여 대에 옮겨붙으며 대규모 화재로 이어졌다. 이에 전기차 충전소를 지상화해야하며, 배터리 제조사 정보 공개해야 된다는 등이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전기차 충전소 지상화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한 종합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완성차 기업들도 배터리 제조사 공개에 나섰다.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화재에 대해 확실한 원인 규명이 우선시 돼야 한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관계자는 "현재까지 배터리 시장과 전기차 화재와는 유의미한 인과관계는 나오지 않았다"라며 "전기차 화재에 대해 정확한 화재 원인 결과가 규명돼야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현재 캐즘과 전기차 포비아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이 겹쳐 시황이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SK 그룹 차원에서 진행되는 'SK온 구하기'에도 우려가 나온다. SK 그룹은 지난달 SK온의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을 합병하고 자회사인 SK온,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등 3사 합병안을 발표했다. 합병을 통해 현금 흐름 개선해 연내 흑자 전환을 목표하는 것이다.
이석희 SK온 최고경영자 사장은 당일 진행된 '이천포럼 2024'에서 "(전기차 화재와 내수 시장 위축 우려 부분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며 "하반기에 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또 미국 포드와 함께하는 캐나다 양극재 공장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계속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