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경쟁력 앞세워 주담대 신청 조건 낮추기도
[서울파이낸스 정지수 기자] 지방은행들이 시중은행과 달리 최근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늘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에 연일 주담대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반면, 지방은행들은 이런 기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서다.
특히 지역경제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은행 입장에선 금리경쟁력을 앞세워 주담대 고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21일 BNK부산은행에 따르면 이날 'BNK357 금리안심 모기지론'의 최저 금리는 연 3.33%로, 5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농협)의 주담대 최저금리(3.54~3.62%)보다 0.2~0.3%p 낮았다.
같은 날 경남은행 'BNK모바일주택담보대출'과 iM뱅크 'DGB HYBRID 모기지론'의 최저금리는 각각 연 3.35%와 연 3.32%로 나타났다.
반면 시중은행은 최근 시장금리 하락세에도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에 많게는 한 달새 여섯차례 인상하면서 3% 중반대 금리를 기록하고 있는데, 당분간 이런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일 부터 주담대 금리를 최대 0.3%p 올렸고,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1~3년물 대출금리를 0.05%p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전날부터 대면 및 비대면 5년 변동 주담대 금리를 최대 0.3%p 올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방은행 입장에선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내세워 주담대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역경제 침체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지방은행에는 새로운 기회인 셈이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이달 초 발간한 '변화의 기로에 선 지방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년간 지방은행들의 성장률이 주요 시중은행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6개 지방은행(경남·광주·부산·전북·대구·제주)의 순이익은 1조4505억원으로, 8년 전인 지난 2015년 말 9214억원에 비해 약 57% 성장했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말(12조2205억원)보다 197% 성장률을 보였다.
여기에 시중은행들이 지역 중소기업 대출, 지자체 금고 유치 등에도 적극 나서면서 지방은행의 입지가 더욱 쪼그라들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은행 입장에선 새로운 시도를 통해 반전을 노릴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부산은행은 수도권 고객에 대한 주담대 상품 조건을 완화하면서 수도권으로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BNK모바일주택담보대출'은 기존 서울 및 경기도 거주 고객이 '생활 안정자금'으로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지난 20일부터 조건을 완화하면서 '주택 구입자금'으로 대출 신청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인터넷은행이 저금리를 내세워 대출 갈아타기 등에서 경쟁 우위를 점했을 뿐 아니라 현재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움직임과도 배치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방은행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전략을 도모하는 상황"이라며 "금리 경쟁력뿐 아니라 지역 중소기업 대출 강화 등 지방은행만의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