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집값에 발목 잡힌 금리인하···10월 가능성은? (종합)
가계대출·집값에 발목 잡힌 금리인하···10월 가능성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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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화된 물가와 내수부진에도 금융안정 우려 부각
만장일치 동결, 3개월내 인하 의견은 2→4명 증가
정책 효과 확인 측면에서 11월 인하 가능성도 상당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물가만 놓고 보면, 금리 인하 요건은 조성됐다. 다만 현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할 경우 부동산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8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결정의 배경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다.

그는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질 경우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최근 '영끌'로 인한 가계대출과 부동산가격 오름세에 대해 "지금 막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강한 경계심을 내비쳤다.

22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연 3.5%로 만장일치 동결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13회 연속 동결로, 시장 예상(동결 90%)과도 부합한다.

주목할 점은 소수의견 유무였다. 앞서 시장에서는 둔화된 물가와 내수부진 등을 근거로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당정 역시 높은 금리 수준이 민간소비와 투자를 옥죄고 있다며, 금통위의 금리인하를 촉구한 바 있다. 특히 대통령실은 이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 3.50%로 동결하자 통화신용정책 기구의 고유 권한임을 인정하면서도 내수부진 등을 언급하며 이례적으로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수회복을 위한 금리인하 시점이 이미 지나갔다고 비판하며, 이번 금통위에서라도 한은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저격하기도 했다.

문제는 급증한 가계부채와 치솟는 부동산 가격 등 금융안정 측면에서 여전히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2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780조원으로, 한달새 13조5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3개월 만에 16조원이나 급증하며 해당 증가세를 견인했다.

높은 부동산 가격 역시 금리인하를 발목잡는 핵심 요인이다. 이날 이 총재는 "한은이 금리를 급히 낮춘다든가,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심리를 자극하는 그런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금리인하 기대로 급등한 부동산 가격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강화 가능성이 커졌고 금융위원장도 추가 대책을 통해 부동산 가격에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며 "금통위원들 역시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부추기는 통화정책 운용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경계감에도 금리인하에 대한 단초는 나왔다는 반응이다. 대표적으로 향후 3개월 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금통위원이 기존 2명에서 4명으로 크게 증가한 점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에 수렴할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들도 시행될 것인 만큼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채 상황을 지켜보면서 금리 결정을 하자는 것이 금통위원 4명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과거에는 소수의견으로 시장과 소통했다면, 지금은 포워드가이던스(향후 통화정책 전망)라는 수단을 통해 금리가 앞으로 변동할 방향을 얘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존 금리인하 소수의견 개진 후 금리인하라는 단계적 패턴에서 벗어나, 포워드가이던스에 기반한 즉각적 인하 결정이 가능해졌음을 암시한 셈이다.

여기에 통방문 내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한다는 문구가 '긴축 기조를 유지'라는 문구로 바뀐 점과 물가만 놓고보면 금리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표현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인하 소수의견 없이도 연내 인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먼저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가 올해 10월 한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그는 "기자회견에서 금융안정을 강조했지만, 정작 세부 내용은 원론적 수준이었다. 성명문만 보면 긴축의 명분인 금융안정 노력을 정부에게 일부 맡긴 모습"이라며 "차선 변경을 위해 깜빡이를 켠 것이 5~7월 금통위였다면, 이제는 핸들도 돌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한은이 금융안정에 집중하고 있지만, 물가 둔화에 따른 실질금리 상승은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잭슨홀 미팅과 9월 고용보고서, FOMC 등을 확인한 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지 않는다면 한은이 10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인하시점이 10월에서 11월로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만장일치 동결에도 연내 인하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매파적 효과는 상쇄 국면에 접어들었다"라며 "현재 10월 인하가 유력해 보이지만, 향후 6주간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의 체감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11월 지연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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