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통신 품질 지속 개선···요금 안정화·소비자 혜택 제고는 미비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최근 통신업계가 설비투자비용(CAPEX)를 비롯한 비용 감축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는 5G 상용화 이후 투자 안정화가 진행되며 자연스럽게 비용이 감소했다는 입장이지만, 이렇게 절감된 비용이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용자 불만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올해 상반기 합산 CAPEX는 2조60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 감소했다. 2분기 기준 합산 CAPEX는 1조53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2% 급감했다.
3사 중 설비투자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SKT로 나타났다. SKT의 상반기 CAPEX는 약 70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1% 감소했다. 이어 LG유플러스가 9420억원으로 같은 기간 CAPEX를 20.2% 줄였으며, KT는 9609억원으로 3.8% 줄였다.
2분기 기준으로는 SKT가 3880억원으로 전년 동기(8260억원)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으며, KT와 LG유플러스가 6428억원·5571억원으로 각각 6.1%·15.8% 줄었다.
통신 3사의 CAPEX는 지난 2019년 5G 출시 이후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실제 3사 CAPEX는 지난 2019년 9조5950억원에서 △2020년 8조2762억원 △2021년 8조2006억원 △2022년 8조1410억원 △2023년 7조2972억원으로 매년 하락세를 기록했다.
올해 하반기를 포함한 전체 CAEPX 역시 통상 통신사들의 CAPEX가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전년 수준을 넘어서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통신업계는 통신 설비 특성 상 첫 상용화 당시 대규모 투자가 집행되고 이후 커버리지 확대·품질 안정화 등 지속적인 보완이 이뤄지는 만큼, 5G 상용화 6년차로 접어들어 투자 안정화가 진행된 현재 설비투자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도 5G 통신 품질은 지속적으로 개선된 흔적이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통신 3사는 지난 4월 농어촌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5G 통신 전국망 구축을 완료했으며, 5G 다운로드 속도는 3사 평균 지난 2020년 690.47Mbps에서 2023년 939.14Mps로 약 36.0% 증가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월 발간한 '2023년 통신분쟁조정사례집'에 따르면 통신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분쟁조정 유형 중 품질 관련 조정 건수 역시 지난 2021년 2080건(전체 20.6%)에서 2023년 1396건(14.4%)로 지속 감소해왔다. 향상된 통신 품질만 놓고 보면 통신 3사 입장에서도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통신사의 CAPEX 비용 감축에 민감한 모습이다. 당초 설비 투자 비용을 명목으로 LTE 대비 크게 높은 가격에 형성된 5G 요금제가 비용 요인이 줄었음에도 안정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으로 월 3만원 대 5G 요금제 등 중저가 요금제 확대에 나서고는 있으나, 고가 요금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데이터 단가로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사이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5G 상용화 당시인 지난 2019년 2분기 7596억원에서 올해 2분기 1조2855억원으로 69.2% 늘었다.
소비자 혜택 역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축소됐다. 지난 6월에는 연예인 유재석이 유튜브 채널 '뜬뜬'에서 "통신사가 서로 경쟁하면서 가입자를 늘릴 때는 멤버십 혜택을 많이 줬는데, 지금은 시장이 자리를 잡으면서 혜택이 줄어든 것 같다. 긴장감을 한 번 드려야 하나"고 말했고, 많은 소비자들이 이에 공감하는 일도 있었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과거 통신 3사는 VIP 등급 회원에게 연 6~24회 영화 무료 예매 혜택을 제공했으나 현재 그 횟수가 절반 이상 줄었으며, 편의점 행사 상품 멤버십 할인 혜택도 크게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