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준비위 공정성 의혹에 구청 대상 행정소송 예고
신통기획 후보지 취소된 수유동, 남가좌동 전철 밟나
'단계별 처리기한제' 도입한 재건축사업도 곳곳 잡음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표 도시 정비 역점 사업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 주민들 갈등으로 진통을 겪으며 '갈지(之)자걸음'을 하고 있다. 최근 재건축 사업 후보지 2곳이 선정 취소된 데다 여전히 사업 후보지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는 모습이다.
8일 서울파이낸스가 받은 제보에 따르면 신통기획 후보지 확정 이후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서울시 구로구 가리봉동 115번지 일대 일부 사업 반대 주민들은 이날 구로구청에 신통기획 재개발 취소 요청서를 제출했다. 반대 주민들은 "현재 해당 지역은 토지등소유자 약 26%, 토지 면적 약 30%가 반대의견을 냈다"고 밝히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올해 2월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개정을 통해 토지등소유자의 25% 이상, 토지면적의 1/2 이상이 반대할 경우 입안제안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시는 주민 갈등이 심한 구역은 신통기획을 배제한다는 원칙에 따라 주민 간 갈등‧분쟁이 발생한 강북구 수유동 170-1 일대와 서대문구 남가좌동 337-8 일대 등 2곳을 지난달 30일 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에서 배제했다. 두 곳은 주민 반대가 30%를 넘는 곳인 만큼 가리봉동 역시 이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특히 이들은 동의서 제출과 함께 향후 행정소송을 예고하는 내용증명도 전달했다. 반대 주민들은 후보지 선정을 위한 추진 주체 선정을 포함한 재개발 찬성인 모집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으며, 주민설명회에서도 공사비와 추정 분담금 등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또 권리산정일 이후 "토지등소유자 수가 620명에서 679명으로 증가했다"는 구청 담당자의 답변과 관련, 지분쪼개기 등 위법 사항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반대 주민들은 내용증명에서 "기존 주민설명회와 찬성동의서 징구는 무효이며, 가리봉115번지 재개발이 취소되지 않고 입안이 진행될 경우, 우리는 구로구청의 위법 사항에 대해 행정소송을 통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울시 재개발 사업 담당 관계자는 "구청에서 반대동의서를 받으면 명부와 토지등소유주가 맞는지 등 검증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가리봉1구역 주민들이 절차대로 반대 동의 요건을 갖췄다면 구와 시가 협의를 거친 이후 후보지 선정이 취소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반대동의서를 제출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현재 접수된 것은 없다"면서 "반대 토지등소유주 26%를 확보해 동의서를 제출한다고 해도 입안 신청을 위한 주민 의사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현재 찬성 주민들이 과반수 이상으로 훨씬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사업이 취소될 가능성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신통기획의 경우 주민이 추진하는 사업으로 조합 등 법적 추진 주체가 없다 보니까 주민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의사결정에서 과반의 결정대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이고 구청은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일 뿐"면서 "일부 주민들이 의혹을 제기하며 정보제공을 요청한 부분에 대해서는 앞서 답변을 다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후보지 취소 결정과 함께 시가 신통기획 재건축 후보지에 대한 '단계별 처리기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단계별 기한마다 다음 사업단계로 추진하지 못하면 기존 신통기획 절차를 취소하고 일반 재건축 사업단지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제도 첫 도입 단지는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다. 시범아파트는 서울시가 기부채납(공공기여) 시설로 노인요양시설인 '데이케어센터'를 제시하자 이를 반대하는 일부 소유주들이 시위와 플랜카드 등 적극 행동에 나서면서 화제의 중심에 선 단지다. 시범아파트 일부 주민들의 반대 소식에 오세훈 시장은 더욱 강하게 데이케어센터 설치 의지를 드러내 갈등을 예고했다.
논란이 지속하자 시는 시범아파트가 올 연말까지 데이케어센터를 정비계획에 반영하지 않으면 신통기획을 취소하겠다고 못 박았다. 신통기획을 취소할 경우, 시범아파트는 일반 재건축 사업 단지로 전환한다. 종상향 등 혜택을 받을 수 없고, 2년 넘게 진행한 정비구역 지정 절차도 원점이 된다. 향후 시는 갈등 중인 강남구 압구정 2~5구역, 대치미도아파트 등에 순차적으로 시범아파트와 동일하게 단계별 처리기한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오세훈 표 대표 정비사업정책인 신통기획 사업 추진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는 데다 단계별 처리기한제를 두고 일각에서는 '말 많은 재건축 단지 길들이기'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 서울시 재건축 사업 담당 관계자는 "제도를 시행하면 적용 단지의 경우 아무래도 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게 맞다"면서 "신통기획 취지 자체가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찾는 계획안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인데 공공성을 무시한채 사업성만 강조하는 일부 단지의 경우 서울시 전체 신통기획 사업에는 전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는 위원회와 단지 간 입장 차이가 극심해서 심의만 3년 이상씩 걸리던 재건축 사업을 절차를 간소화해 그 안에서 공공성과 사업성의 간극을 좁히고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한 것이 신통기획"이라며 "좋은 것만 취하고 사업성만 강조하는 등 요구만 하며 사업이 멈춰진 곳들에 대해서 시가 무조건 받아줄 수 없기 때문에 버릴 곳은 버리고 가겠다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