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나왔어야 하는 내용···현재 자잿값 안정돼"
부족한 인력, 노임 상승, 안전·환경 규제도 해결돼야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최근 정부가 연 8~9%를 넘나든 공사비 상승률을 2026년까지 연 2% 내외로 낮추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공사비 급등에 정비사업과 착공 등 사업 지연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국민 주거 불안이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자재·인건비·건설 환경 규제 등 다양한 공사비 상승 요인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포함되지 않은 만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14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 100에서 △2021년 111.48 △2022년 123.81 △2023년 127.90로 3년간 28%가 올랐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0년간 연 평균 증가율이 4%였던걸 고려하면, 7~8년에 걸쳐 오를 공사비가 단기간에 급등한 것을 알 수 있다.
공사비가 상승한 만큼 건설업계의 수익성은 악화했다. 3년 전만 해도 80%대를 보였던 대형 건설사 원가율(매출액 대비 원가)은 최근 90%대 중반으로 급등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신규 주택 사업을 줄였다. 실제 올해 8월 기준 누적 인허가는 20만155가구로 지난해 42만5000호, 2022년 52만2000호였던 것과 비교하면 연말까지를 고려해도 절반 정도 수준이다. 인허가 물량은 신규 주택 공급량 선행 지표로, 물량이 감소하면 향후 2~3년 내 주택 공급이 부족해진다.
정부가 내놓은 방안의 핵심 내용은 시멘트·골재 등의 자재 관리를 통한 공사비 안정이다. 최근 3년간의 공사비 인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자잿값(53.0%)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원료가격이 내렸는데도 공급가격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현장에서 계약비 외 추가 운임비를 요구하거나 관급자재는 늦게 공급하는 행위를 단속한다. 특히, 해외 시멘트 수입도 검토한다. 민간이 수입을 추진한다면 항만 내 저장시설 설치 절차를 단축하고 내륙 유통기지를 확보하는 등 지원할 방침이다. 또 주요 자재별로 수급 안정화 협의체를 구성해 수요자와 공급자의 자율적인 '가격 조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방안은 자재에 대한 내용만 있을 뿐 인건비, 환경·안전 관리비에 대한 대책은 빠지거나 뒷전으로 밀렸다고 지적한다.
사실 2022년부터 시행된 주 52시간제 도입과 오후 5시 이후 콘크리트 타설 금지,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현장에는 과거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또 인건비는 공사비 상승 기여 비중 17.7%로 자잿값보단 적으나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내리기도 하는 자잿값과 달리, 한번 상승한 노임은 내릴 수 없다는 점이 부담이다. 대한건설협회 자료를 보면 건설업계의 일 평균 임금은 올해 기준 27만4286원으로 2020년 1월 22만2803원 대비 23.1% 올랐다.
제로 에너지 건축물, 층간소음 보완시공 의무화 등 환경 규제도 공사비 상승 요인이 된다. 국토부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성능 강화로 가구당 약 130만원(전용 84㎡ 기준)의 공사비가 추가될 것이라 설명했으나, 건설업계에선 실질적으로 더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제로에너지 건축 기준이 적용된 공공주택 건물 공사비가 3.3㎡(1평)당 1035만원으로, 현재 서울 지역의 고가 민간아파트 공사비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자잿값 상승이 본격화했던 2~3년 전에 나왔어야 하는 내용이다"라며 "2년 동안 자잿값 상승을 방관해놓고, 공사비가 급등했다며 이제 와 이를 막겠다고 하니 다소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오히려 자잿값이 안정화돼 향후 공사비 상승폭은 예년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정부는 숟가락만 얻는 셈이다"라며 "차라리 3기 신도시 등 대형 사업이 동시 추진되는 가운데, 부족한 자재와 인력 수요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계획해야 공사비 안정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