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이 대출 청탁을 거절한 김모 전 예가람저축은행 대표를 해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태광그룹 측이 11일 밝혔다.
태광그룹이 지난해 8월부터 연말까지 내부감사를 진행한 결과 당시 태광 2인자였던 김 전 의장 지시로 계열 저축은행 대표가 해임된 사실을 확인했다.
김모 당시 예가람저축은행 대표는 2022년 12월 흥국자산운용 소속 A상무와 저녁 식사 중 합석한 서모 W홀딩스 대표로부터 굴착기 구입 자금 8억원을 대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W홀딩스는 태광그룹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업체로 서모 대표는 김 전 의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서모 대표로부터 대출 요청을 받은 다음날 김 전 대표는 해당 대출 건의 검토를 지시했다. 이후 직원들로부터 건설중장비 담보대출은 규정이나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취급 불가 보고를 받았다. 이에 김 전 대표는 A상무와 서모 대표에게 대출이 어렵다고 알렸다.
그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난 지난해 3월 김 전 대표는 인사평가에서 D등급과 해임 통보를 받았다. 당시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이모 인사실장이 김 전 대표를 찾아가 직접 해임을 통보했는데, 그룹 내부감사 결과 이모 인사실장은 김기유 전 의장으로부터 김 전 대표에 대한 해임 통보를 지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대표가 거부한 굴착기 담보대출은 또 다른 태광그룹 계열사인 고려저축은행에서 집행됐다. 고려저축은행은 내부 규정을 개정해 지난해 3월 29일 W홀딩스에 굴착기 구입 자금 8억원을 대출해줬다.
당시 고려저축은행 수장은 김 전 의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은우 대표였는데, W홀딩스에 대한 대출이 나간 직후 이 대표는 예가람저축은행 대표로 선임돼 두 저축은행의 대표를 겸직했다.
한편, 김기유 전 의장은 이호진 전 태광 회장이 2011년 구속된 후 그룹 2인자로서 그룹 경영을 맡아온 인물이다. 김 전 의장은 지인인 부동산 개발시행사 이모 대표의 청탁을 받고 지난해 8월 두 저축은행을 통해 150억원대 부당대출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