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군살 빼 '기동력' 강화···미래먹거리 '투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연말 국내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의 조직개편은 '슬림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와 '영업·디지털 조직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경기침체 장기화 속 고환율·고물가 등으로 내년에도 어려운 경영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핵심 사업부문 위주로 조직을 재편, 기동력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와 계열 은행들은 내년 경영전략에 맞춰 연말 조직개편을 마무리했다. 대부분의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은 조직을 슬림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비대해진 본부 조직을 축소해 금융환경·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업무 효율을 대폭 높이고자 했다.
KB금융지주는 계열사 영업조직을 제외한 관리·지원조직을 최대한 슬림화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에 따라 기존 '3부문 7담당 6본부 30부'에서 '3부문 8담당 4본부 31부'로 축소했다. AI본부와 DT본부를 통합, 'AI·디지털본부'로 개편해 두 영역 간 연계를 강화하는 한편, 지주·계열사 내부통제 조직 역할을 재정비하고 부서명을 '준법추진부'로 일원화했다. KB국민은행도 같은 슬림화 원칙 아래 기존 '18그룹 31본부 139부 13개 지역영업그룹'을 '18그룹 27본부 117부 12개 지역영업그룹'으로 재편했다.
하나금융도 업무 영역이 유사한 조직을 통합하며 효율을 높이고자 했다. 그룹 차원의 글로벌·ESG부문 관리 지원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부문과 ESG부문을 통합, '글로벌·ESG부문'을 신설했다. 또 기존 ESG기획팀과 상생금융지원을 통합, 'ESG상생금융팀'을 설치했다. 하나은행 역시 영업현장을 신속히 지원할 수 있도록 본점 12개 부서를 기존 부서와 통폐합했다.
신뢰 회복을 위해 대대적인 조직 쇄신을 예고했던 우리은행은 본부조직을 20개 그룹에서 17개 그룹으로 대폭 축소했다.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들을 통폐합해 효율성을 도모하고자 했다. 그 일환으로 개인·부동산금융그룹을 통합한 '개인그룹'과 자산관리·연금사업을 통합한 'WM그룹', 중소·대기업그룹을 통합한 '기업그룹'을 운영할 방침이다.
◇경영 1년차 은행장과 손발 맞출 '영업조직' 강화
경영 1년차를 맞는 '영업통' 새 은행장들과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영업조직은 대폭 확대하는 추세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 은행의 본업인 영업을 강화해 기초체력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연말 은행장 인사에서 5대 은행 가운데 4곳(KB·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수장이 교체됐는데, 새 은행장들 모두 영업 전문가로 꼽힌다.
국민은행은 여의도, 광화문, 강남 등 주요 지역에 본부가 직접 관할하는 지역본부를 운영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게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주요 영업점에는 기업금융(SME) 전담 지점장을 신규 배치했다.
신한은행은 기관고객 영업력 강화를 위해 '기관솔루션그룹'을 신설, 기관고객 니즈에 빠르고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영업추진4(WM)그룹에 속했던 WM 영업 관련 조직은 'PWM 본부'로 재편해 영업추진1그룹 내 편제했다. 영업추진그룹 채널 간 시너지를 달성하려는 목적에서다.
자산관리 명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하나은행은 관련 조직을 강화해 영업력을 한층 높이기로 했다. 시니어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자산관리그룹 내 '하나 더 넥스트' 본부를 신설했다. 신탁사업본부 및 투자상품본부를 '신탁·투자상품본부'로 통합, 금융상품 기획·개발·관리 기능을 한 곳으로 집중시켰다.
특히, 하나은행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영업 전문가들을 경영진에 대거 발탁하기도 했다. 연말 임원 인사(부행장·상무·본부장) 총 승진자 23명 가운데 12명의 영업점장이 본부장에 등용됐다.
우리은행은 인근 영업점 5~6개를 묶어 공동영업·합산평가하던 '영업점 VG(Value Group) 제도'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영업점 직원들 간 협업을 위해 2021년 도입됐던 이 제도는 성과 무임승차, 중복 업무 등의 부작용으로 오히려 현장 기동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개별 영업점 단위의 세밀한 고객관리와 신속한 영업 추진을 위해 VG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미래먹거리 'AI·디지털'서 찾는다···조직 확대하고 전문가 영입
디지털 전환(DT)도 조직개편의 한 축을 이뤘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이 미래먹거리 확보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전담 조직을 설치하거나 강화하는 모습이다.
KB금융은 디지털플랫폼과 AI, 데이터 등 전 영역 컨트롤타워인 '디지털혁신부'를 신설하는 한편, 기존 금융AI센터를 2개 센터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향후 생성형AI를 비즈니스에 본격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실무경험과 개발역량을 갖춘 외부 전문가로 김병집 금융AI 1센터장 상무(1980년생·LG AI선임연구원)와 이경종 금융AI 2센터장 상무(1978년생·NC소프트)를 임원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별도 조직으로 역량을 키워온 디지털솔루션그룹은 '디지털솔루션본부'와 '디지털혁신단'으로 재편해 고객솔루션그룹으로 통합했다. 디지털솔루션본부의 디지털 기능이 고객솔루션 영역과 함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혁신단은 데이터 역량을 강화해 고객솔루션그룹 내 고객관리 및 마케팅 고도화를 지원한다. 플랫폼 비즈니스 역량과 추진력을 높이고자 이를 총괄할 '디지털이노베이션(영업추진4)그룹'을 신설했다.
하나은행은 디지털 전략 기능과 신사업 추진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자 기존 AI·디지털그룹을 '디지털혁신그룹'으로 확대 개편했다. 이를 통해 전행적 디지털 전략 및 정책 수립, AI 관련 역량을 집중하고 디지털 사업 영역에서의 혁신과 부서 간 시너지 창출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비, 디지털혁신그룹 내 '데이터본부'를 신설해 데이터·디지털 간 시너지 확보에 집중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플랫폼 기반으로 급변하고 있는 영업환경에 대비해 WON뱅킹사업본부 편제를 강화했다. △WON뱅킹사업부 △MyData플랫폼부 △인증사업플랫폼부 등 3개 부서를 집중 배치해 최근 개편한 'WON뱅킹 플랫폼' 경쟁력 제고에 힘을 쏟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