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푸른 뱀'의 탈피를 되새기며
[데스크 칼럼] '푸른 뱀'의 탈피를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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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이 밝았다. 육십 간지의 42번째 을사년은 청색을 뜻하는 '을(乙)'과 뱀을 의미하는 '사(巳)'를 붙여 '푸른 뱀'의 해라고 부른다. 

을사년에는 항상 우리나라에 큰 위기가 닥쳤다. 당장 60년 전인 1965년에는 한·일 국교 정상화가 체결되는 과정에서 큰 혼란이 일었다. 120년 전인 1905년에는 '을사늑약'이 강제되면서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기도 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2.1%로 2%대를 유지했지만, 올해에는 부진한 민간 소비와 생산연령인구 감소 폭 확대, 경기 흐름 악화로 성장률 예상치가 더 낮아진 것이다. 

산업계 역시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5단체(한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무역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 등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위기 극복의 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체 CEO들과 주요 기업 총수들 역시 절박함을 가득 담은 신년사를 내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이행(知難而行)'을 강조했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쇄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실제 주요 수출산업들의 올해 전망은 암울하다. 수출 1등 공신이란 평가를 받아왔던 반도체업종에서는 삼성전자가 고전 중이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대만의 TSMC에 밀려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고, 주력이던 메모리반도체에서는 D램 가격 하락세에 중국 CXMT(창신메모리)로부터 거센 추격도 받고 있다. 

석유화학업종과 철강업계는 중국 기업들의 성장이 본격화되면서 경영 위기를 넘어 생존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석유화학 빅4(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와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기업들이 생산설비 이전, 운영 중단 등의 묘수로 대응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자동차업종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당장 이달 20일 출범할 예정인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해외에서 수입되는 차량에 대한 높은 관세를 물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감이 짙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지만 여전히 새해가 되면 다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올해에 대한 희망을 새긴다. 재계 수장들과 주요 기업 CEO들이 다시 '혁신'을 부르짖는 이유다. 

혁신은 언제나 위기 속에서 꽃을 피웠다. 이병철 회장이 설립한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도 위기 속에서 탄생했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 회장의 '조선 신화'는 허허벌판에서 시작된 것처럼 우리는 닥친 위기를 극복하면서 혁신을 통해 성장이란 열매를 맺어왔다.  

앞서 밝힌 것처럼 을사년은 푸른 뱀의 해다. 파충류에 속하는 뱀은 성장을 위해 새끼 때부터 1년에 10회 이상 허물을 벗는다. 성장하면서 몸이 커지기 때문에 탈피를 해야 한다. 

혁신도 마찬가지다. '가죽을 새롭게 만든다'라는 의미의 혁신은 마치 뱀이 탈피를 통해 새로운 육신을 얻는 것처럼 위기라는 껍질을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는 것을 뜻한다. 

대외 불확실성과 악재만 가득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새해 다시 떠오르는 해처럼, 오래된 껍질을 벗고 승천을 준비하는 와룡처럼, 생존을 위한 혁신에 나서야 할 때다. 

서종열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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