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세운지구 재개발···구역별 희비 교차
속도 내는 세운지구 재개발···구역별 희비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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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힙지로' 특유 감성 사라지면 아쉬워"
고밀 개발 추진 서울시-자금난 겪은 시행사들
대형 건설사 시공 대거 참여···일부 사업 정상화
세운지구 3구역. 공사(건물 해체 작업)현장과 이미 고층으로 준공된 주거 시설, 아직 해체 전 가게들이 어우러져 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세운지구 3구역. 공사(건물 해체 작업)현장과 이미 고층으로 준공된 주거 시설, 아직 해체 전 가게들이 어우러져 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원도심의 낙후 지역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세운지구)를 랜드마크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재개발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지역은 재정비촉진사업이 추진된 지 20년이 지났으나 그간 끊이지 않는 잡음에 공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자금 위기에 놓였던 일부 구역이 최근 본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승인받았고, 사업 속도가 빠른 구역은 기존 건물 해체 작업에 착수하는 등 다시 본궤도에 오른 모습이다.

◇ 재개발 놓고 '기대반 우려반'

지난 3일 기자가 방문한 세운상가 일대는 건물과 도로공사가 한창이었다. 고층 건물과 낙후 건물, 공사 현장이 뒤섞여 있었고, 전자 용품과 공구들을 판매하는 소규모 가게부터 '힙지로' 감성을 살린 음식점과 카페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1972년 처음 건설된 국내 최초 주상복합 건물인 세운상가는 전자, 공구, 전구, 각종 부품 등을 취급하는 가게들로 붐볐다. 그러나 1990년대 용산전자상가와 온라인 유통의 발달로 쇠퇴기를 맞았다. 그 후 2009년 세운상가를 일대(약 44만㎡)가 재정비 촉진계획이 수립되기도 했지만 주민 간 갈등, 부동산 침체 등으로 개발은 지지부진해지며 건물은 낙후돼 갔다.

그러다 2021년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장에 다시 취임한 후 44만㎡에 달하는 세운지구 전체를 8개 구역으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여기에 녹지생태도심 구축을 위해 경의선 숲길처럼 선형으로 된 공원을 세운상가 부지에 계획했다.

현재 6-3구역은 이미 을지트윈타워가 들어섰고, 3구역엔 거주 시설인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주상복합)과 '세운 푸르지오 G-팰리스'(생활형숙박시설)가 준공된 상황이다.

세운지구 일대 골목은 각종 부품을 취급하는 가게들과 현대식 선술집이 한데모여 '힙지로' 특유의 감성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사진=박소다 기자)
세운지구 일대 골목은 각종 부품을 취급하는 가게들과 현대식 선술집이 한데모여 '힙지로' 특유의 감성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사진=박소다 기자)

이 지역의 재개발에 대해 방문객들은 기대를 하면서도 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카페에서 만난 손님 최다니엘(31세)씨는 "을지로는 특유의 복고적인 감성이 있어 자주 방문하는데, 이런 문화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쉽다"며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코엑스 같은 문화 컨벤션이 들어오면 서울 다른 곳과 큰 차별성을 가지지 않아 굳이 을지로가 아니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음식점을 운영 중인 익명의 사장님은 "아직 인테리어와 시설 등에 투자한 돈도 다 회수를 못했고, 사실 이제 막 손님을 받고 자리를 잡았는데 월세 내고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선 재개발 소식은 악재"라며 "을지로 특유의 분위기를 보고 방문하는 손님이 많은 만큼 이미 상권이 형성된 곳은 보존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왼쪽) 세운지구의 8개 구역. (오른쪽)세운지구 통합개발 조감도. (사진=서울시 등)
(왼쪽) 세운지구의 8개 구역. (오른쪽)세운지구 통합개발 조감도. (사진=서울시 등)

◇ 불확실성 일부 해소···대형 건설사 시공 대거 참여

2022년 서울시가 171개로 쪼개져있던 세운지구 구역을 8개로 합치기로 하면서 시행사들은 기존 사업을 일시 중단해야 했다. 잘게 쪼개진 구역을 묶고 건축 규제를 완화해 고층·고밀 개발을 유도함으로써 14만㎡에 이르는 녹지를 확보하는 것이 서울시의 목적이었다. 건축 연면적이 늘어나면 시행사도 이익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허가가 지연됐고, 시행사들은 PF 대출을 연장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사업장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서, 일부 지역의 경우 PF 대출 만기 연장도 실패하는 등 사업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금난이 있었던 태영건설은 지난해 7월 세운5구역의 시행사 지분(전체의 16.20%)을 GS건설에 약 1930억원에 팔기도 했다. 대기업인 GS건설이 PF지급보증(채무 대위변제)에 참여하고, 시공권까지 해결되면서 사업의 불확실성도 일부 해소됐다. 이후 대신자산운용이 3.3㎡ 당 3500만원에 오피스빌딩을 매입하겠다며 계약금으로 700억원을 납부한 상황이라, 수요를 미리 확보해둔 덕에 준공 후 사업비 회수 우려도 줄어든 셈이다.

자금 위기에 놓였던 3-2·3구역도 지난달 말 1조7000억원대 본PF 대출을 받을 수 있게 길이 열렸다. 관련 시행사에 따르면 해당 구역은 인허가가 늦어지면서 3년 동안 이자 비용으로만 1000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그러나 대주단에 NH농협이 참여, 시공은 포스코이앤씨를 확보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NH투자증권은 준공 후 이곳 빌딩 선매입을 확약한 상황이다. 또 포스코이앤씨는 500억원대 지급보증을 약정했다. 공사비는 6000억~7000억원이 예상되며, 매각 예상가는 비공개다.

세운4구역의 경우 종묘와 가장 가깝다 보니 여러 난관에 봉착했다. 이곳은 이미 이주와 철거가 완료됐을 뿐 아니라 시공사로 코오롱글로벌이 결정됐지만, 구역 내에 문화재가 발굴돼 조사에 발이 묶인 상황이다. 게다가 다른 구역들은 용적률이 1000~1500%(최고 높이 199.5m)에 달하는 반면, 4구역은 종묘와 가깝다는 이유로 용적률 660%(최고 높이 71m)로 제한을 받는다. 시행을 맡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최근 용적률 상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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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4951 2025-01-04 13:50:53
오세훈 믿음직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