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겠지'라는 낙관적 생각 버려야 성장해"
"고객중심 미래전략 추진이 위기극복의 핵심"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어떠한 시험과 난관도 이겨낼 수 있다는 우리의 정체성을 앞세워 지금의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극복하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6일 오전 경기 고양 소재 현대모터스튜디오고양에서 2025년 신년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신년사를 발표했다. 올해 신년회는 그룹 경영진들과 임직원들이 그룹 방향성에 대해 깊이 있게 대화하고, 혁신의지, 체질개선, 팀워크 등으로 대내외 도전을 극복하자는 공감대를 강화하고자 마련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위기에 맞서는 관점과 자세, 그리고 그룹의 변화와 혁신, 위기 극복 정체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고객의 기대도 매일 변화하고 있다"며 "'작년에 잘 됐으니까 올해도 잘 되겠지'라는 생각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확산한 현 상황에서 이러한 자세는 혁신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예측 불허의 국제 정세,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 급변과 무역 갈등, 소비자 우위 시장과 전기차 수요 둔화, 신흥 경쟁사들의 기술 발전과 도전, 기술 혁신 가속화와 이로 인한 산업 패러다임 변화 등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에 직면해 있다. 정 회장은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불확실성 때문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단언하면서 "위기가 없으면 낙관에 사로잡혀 안이해지고, 그것은 그 어떤 외부의 위기보다 우리를 더 위험하게 만들기에 외부로부터의 자극은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대내외 위기를 '예상할 수 있는 도전'과 '예상하지 못했던 도전'으로 구분하며 위기를 함께 이겨내기 위한 방안도 구체화했다. 예상할 수 있는 도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면밀하게 준비해서 미래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단순히 위기 요인을 제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기가 발생하게 된 배경, 역사적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기 극복을 넘어 미래 기회의 창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본기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객관적인 분석과 총합적인 대응을 이끌어내는 내부 논의, 설정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단결, 목표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같은 유연하고 개방적인 내부 조직문화를 갖추게 되면, 그러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예상하지 못한 위기에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최초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한데 대해서는 "혁신을 향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지난해 말 단행한 사장단 인사 의미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11월 사장단 인사를 통해 장재훈 사장을 완성차담당 부회장에, 호세 무뇨스 사장을 현대차 CEO에, 성 김 고문역을 그룹전략기획담당 사장으로 임명했다. 미래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해 내부 핵심역량을 결집하고, 미래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리더를 그룹사 대표이사와 주요 직책에 과감히 배치한 것이다.
끝으로 정 회장은 "혁신을 향한 굳은 의지는 조직 내부를 넘어 외부로 힘차게 뻗어 나가야 한다"며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핵심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경쟁자와도 전략적으로 협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신년사에 이어 그룹 경영진들이 참여하는 좌담회도 진행했다. 좌담회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호세 무뇨스 사장, 성 김 사장 등이 자리했다. 장 부회장은 "그룹이 보는 올해 경영환경은 밝지 않다"며 "그룹 전체가 지닌 역량을 집요하게 결집해 성과를 연결시켜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무뇨스 CEO는 "시장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안전하면서도 고품질의 차량을 생산하고 자원 투자를 지속해 리더십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전기차 세액 공제 및 관세는 현지 생산과 종합적인 포트폴리오 마련 등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앞으로 약 2주 후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며 "관세는 차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이 될 것이고, 기존 전기차 보조금 정책도 대폭 수정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외에도 미중관계 악화, 이란문제 심화 등 그룹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협하는 걱정거리가 많지만, 창의적이면서도 일관성 있는 전략 추진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사장단들의 이러한 언급에 대해 정 회장은 "결국은 실행력과 사후관리"라며 "그 중심에는 고객이 있어야 하고, 고객과 긴밀히 소통하는 동시에 원하는 것들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추진해야 제대로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