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0.0015% 넣고 광고는 대문짝···일부 식품 원재료 함량 문제없나
[초점] 0.0015% 넣고 광고는 대문짝···일부 식품 원재료 함량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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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1개로 750캔"···백종원표 맥주 논란
원유 30%도 안되는데 패키지엔 '우유'
'트러플 과자'로 홍보···함유량은 0.4%
"식품 성분, 제품명에 써도 문제없어"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우유의 아침에 주스 패키지엔 오렌지 100%란 문구가 써있지만 실제 오렌지농축과즙은 18.75% 들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식품업체들이 함량이 낮은 원재료를 제품명이나 포장 이미지에 사용해 소비자가 오인하도록 만드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지만, 이를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순 없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하는 '식품 등의 표시 기준'에 따라 식품 성분 중 하나를 제품명이나 제품명의 일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는 가격 절감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전체적인 균형을 고려해 레시피를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공식품에 포함된 모든 성분을 표기해야 하며, 성분표에는 함량이 높은 순서대로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백종원의 프랜차이즈에서 출시한 '제주 감귤 맥주'가 감귤 함량이 극소량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회사는 지역 특산물인 감귤을 사용했다고 홍보했으나, 성분표를 확인한 결과 500㎖ 한 캔당 감귤 착즙액이 0.16㎖에 불과해 감귤 하나로 맥주 750캔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었다. 감귤 함량 부족으로 인한 맛의 차이는 대체 감미료인 에리스리톨과 포도당이 보완했다.

이 같은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과·채(과일·채소) 주스다. 이들 제품의 패키지에는 '오렌지 100%', '토마토 100%' 등의 문구가 적혀 있으며, 일부는 이를 제품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해당 과일의 함량이 30%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웅진식품의 '자연은 오렌지 100%'는 오렌지 농축액이 17.8%만 함유돼 있으며, 나머지는 정제수로 채워져 있다. 돌코리아가 판매하는 프리미엄 과즙 주스(파인애플·망고·오렌지·포도)도 패키지에는 '100% 과즙 주스'라고 표기돼 있지만, 실제 과일 농축과즙 함량은 12~21%에 불과하다. 부족한 맛은 구연산, 비타민C, 천연 과일 향료 등을 사용해 보완한다. 

이들은 '과일 배합 함량이 100%'라는 의미로 해당 문구를 사용했지만, 소비자는 주스의 해당 과일 함량이 100%라고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델몬트 오렌지 100' 제품도 이러한 지적을 반영해 현재는 패키지에서 '100'을 삭제했다.

가공유(우유를 원료로 하여 다른 성분을 첨가한 제품)도 마찬가지다. 패키지에는 '우유'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원유 함량이 50% 미만인 제품이 많다.

동원F&B의 '덴마크 딸기·초코우유', '딸기딸기·초코초코 우유'의 성분표를 보면, 원유 대신 정제수에 혼합분유 또는 탈지분유를 섞고 유지방(버터·크림)을 추가한 환원유로 '우유 맛'을 낸다. 서울우유의 초코·딸기 우유의 원유 함량은 75~76%,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는 87%다.

이전에는 과자 제품이 고급 식재료를 사용한 것처럼 광고됐지만, 실제 함량이 극히 적어 소비자 불만이 커졌던 사례도 있었다.

현재 주요 기업에서 출시한 트러플 함유 제품으로는 △농심 '고메포테토 트러플머스터드맛' △해태제과 '생생칩 트러플 치폴레' △노브랜드 '감자스틱 트러플' △오리온 '눈을 감자 블랙트러플맛' 등이 있다. 

이들의 블랙트러플분말 함유량은 감자스틱 트러플 0.4%, 고메포테토 트러플머스터드맛 0.017%, 생생칩 트러플맛 0.003%, 눈을 감자 블랙트러플맛 0.0015% 순으로 높다. 일반적으로는 트러플 외에도 '2,4-디티아펜테인(dithiapentane)'이라는 화학물질을 첨가해 트러플 향을 강화하며, 이는 인체에 무해하다.

업체들은 "애초에 미량으로도 충분한 향을 낼 수 있도록 기획한 상품"이라며, "원가 절감이 목적이 아니라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최적의 맛을 연구한 뒤 식재료 투입량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함량이 낮은 원재료를 제품명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를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국내 규정상 식품 성분 중 하나를 제품명이나 제품명의 일부로 사용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제품명의 성분명과 함량을 포장지 전면(주표시면)에 14포인트 이상의 글씨로 표기하면 되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이 기준을 충족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공식품은 너무 고가보다는 일상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가격대로 기획돼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특정 시기에 유행하는 식재료를 경험할 수 있도록 트렌드에 맞춘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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