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행장 전성시대...토종뱅커 설자리가 없다
외국계 행장 전성시대...토종뱅커 설자리가 없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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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중 6명, 전문성에 국제감각 겸비
외압에 강한 잇점도...경험부족 최대 약점

은행장 자격조건에 외국계 금융기관 근무경력이 필수요건으로 기재될 날이 멀지 않아보인다.

현재 8개 시중은행장중 외국계 금융기관 근무경험을 가진 인사는 모두 6명.

최근 국민은행장에 내정된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을 비롯해 황영기우리금융회장, 하영구한미은행장, 최동수조흥은행장 등이며 해외 매각된 외환은행, 제일은행의 팰론행장과 코헨행장은 아예 대주주가 임명한 외국인 행장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 내정자는 서울은행장을 맡기 전까지 시티은행과 도이치뱅크 등 해외금융기관에서만 20년 가까운 경력을 쌓았다.

황영기회장 또한 삼성에 입성하기 이전 파리바은행과 뱅커트러스트 등에서 근무한 외국계 은행 출신이다.

최동수 조흥은행장은 69년 체이스맨해튼은행을 시작으로 금융계에 발을 디뎠으며 한미은행의 하영구 행장은 한미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시티에서만 20년을 재직했다.

그나마 하나은행의 김승유행장과 신한은행의 신상훈행장이 자행출신 행장으로 자존심을 지키고 있으나 두 행장 또한 각각 투자금융회사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 뿌리를 두고 있어 전통적인 의미의 ‘토종뱅커’와는 약간의 거리감이 있다.

이와 같이 외국계출신 인사들이 시중은행장을 독식하고 있는데는 IMF외환위기 이후 체질개선에 나선 각행들이 국제적인 감각과 선진화된 금융기법에 익숙한 ‘금융전문가’를 선호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전통적인 은행출신 인사들이 상대적으로 정부측 압력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 온데다 줄이어 터진 대우사태, SK사태, 신용대란 등으로 중량감 있는 임원급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한 것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한 금융계 관계자는 “외국계 투자자들의 발언권이 강해지면서 주주가치와 수익성 제고를 공익적인 고려보다 우선시하는 스타일의 인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경영부실 책임을 지고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줄줄이 퇴임하면서 내부 발탁에 어려움이 커졌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계 일각에서는 외국계 금융기관 출신에 대한 선호가 또 다른 ‘사대주의’라는 지적과 함께 외국계 출신인사의 경험부족이 국내 대형은행의 경영에는 부적합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인력규모가 많아야 100~200명 수준을 넘지 않는 조직을 관리한 경험으로는 최대 수만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대형은행을 경영하는데는 어려움이 크다는 것.

아울러 외국계 행장 선호가 일반화되면서 발생하는 은행원들의 불만 또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행원으로 입행해 지점장, 본부부서장, 임원을 거쳐 행장직까지 오르는 입지전적적인 사례가 사라지고 외국계 금융기관이나 관 출신들이 행장직을 도맡는 상황을 보면 허탈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행장이 되려면 지금이라도 외국계 금융기관으로 자리를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국내 법인 대표라고는 해도 대형은행으로 치면 본부부서 부장이나 잘해야 본부장급”이라며 “외국계 금융기관의 직급 인플레를 감안하지 않는 무원칙한 영입 경쟁이 오히려 기존 은행원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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