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업자들만 이득···높은 분담금에 원주민은 쫓겨날 것"
"구역계, 분담금 확정된 것 없다···일부 반대 측의 주장일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좁은 쪽방이 빽빽이 들어서 이른바 '벌집촌'으로 불리는 서울시 구로구 가리봉동 115번지 일대가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 후보지 확정 이후 주민들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서울 도심 노후주택 단지 재개발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신통기획이 본 취지를 상실하고 '투기꾼들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무원, 인플루언서(유투버) 등도 투기에 가담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 12일 기자가 이 지역을 찾아 신통기획을 반대하는 토지등소유주 10여명의 이야기를 청취했다. 현재 가리봉1구역 신통기획 추진 반대 주민들은 입안 재검토 요건을 충족하는 전체 토지등소유주의 20%에 해당하는 반대 동의서를 확보해 구로구청에 전달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반대 토지등소유주 15명은 추가 확보한 반대 의견서를 가지고 지난 10일 구청에 방문했으나 재검토 여부나 진행 상황 등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나 답변을 듣지 못한 채 돌아왔다.
이들은 서울시와 구로구 등 지자체와 정치권,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세력들이 주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주민 간 고소‧고발 등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현재 날로 치솟는 공사비로 인해 분담금 폭탄을 떠안아야 한다는 우려도 큰 상황이다.
주민 A씨는 "우리는 재개발과 정비사업 추진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지금 신통기획이 투기 세력에 의해서 투기장이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과도한 분담금을 내지 못하는 노후 건물을 가진 원주민들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턱없이 부족한 현금 청산을 받고 쫓겨나게 되고 미리 정보를 알고 사업을 추진한 신축 빌라 업자들만 막대한 이득을 얻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평균적으로 재개발해서 원주민이 복귀할 확률이 20% 정도로 알고 있는데 이 말인즉슨 사업성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며 "현재 물가 상승기로 추정 분담금은 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낼 수 있는 주민들이 얼마나 되겠냐, 땅값만 받고 쫓겨나는 원주민들은 피눈물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일대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B씨는 "구역 중에 말뚝 모양으로 나온 부분의 80% 정도가 지어진 지 몇년 안 된 신축 건축물로, 이곳에 추진 세력이 많이 몰려 있다"면서 "이곳에는 한 유명 인플루언서(유튜버)의 신축 빌라 등도 포함됐고, 시 의원을 포함해 미리 투자를 한 공무원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후보지 지정될 시기쯤에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준공을 완료하거나 투자하는 등 팔기 위한 목적으로 신통기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사전에 신통기획 후보지 지정 정보를 알고 시세차익이나 분양 이익을 위해 사업 추진을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B씨는 또 "개인 때문에 구역이 변경되기도 했다. 주민 중 안 모 씨가 자기 지분을 포함해달라고 추진위원회에 요구를 한 뒤 주민들의 찬성동의서를 요건으로 해서 구역에 포함되는 일도 있었다"며 "실제 재개발이 되든, 안 되든 신통기획에 포함됐다는 소문을 내 분양만 잘해도 이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어마어마하고, 결국 신통기획 지정으로 몇 년 동안 발 묶이는 원주민들은 재산상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등소유주 C씨는 "구역 설정 시에 노후도나 지형적 특성 등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나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신축 빌라들은 대거 포함되고 과거 개발이 다 멈춘 곳이나 노후도가 심각해 최근 리모델링을 이미 진행한 곳, 비탈길이 심해 사업성이 낮은 곳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해당 지역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안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조사들도 진행해서 구역을 짜야 하는 데 개인 이권 등으로 좌지우지되는 사업이 제대로 되겠냐"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시나 구로구청은 현재 후보지로 지정됐을 뿐이며 사업성이나 분담금 등을 검토하고 주민 의견을 수용하는 과정에 있다는 입장이다. 구역계도 현재 확정된 것이 아니며 반대 토지소유주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확인된 사실이 아닌 일부의 주장이라고 했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토지등소유주 20%가 반대 의견서를 냈다고 하는데 재검토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려운 게 아직 구역이나 사업이 확정된 게 아니다"면서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치상으로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고 현재 주민 의견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추세적으로 봐야 할 텐데 반대 의견이 주를 이루고 대부분이라면 사업이 진행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구역이나 분담금 등 역시 공식적으로 시나 구에서 정해진 게 아니고 지금 조사 중인 상황이다. 반대 측의 추정치나 주장이고, 투기 세력이 포함됐다는 부분 역시 일부 주장"이라며 "정비사업 절차 요건에 따라 절차대로 진행을 하는 것이고 아직 추진 단계인데 섣불리 추측하는 부분들에 대해 아쉽다"고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반대 동의 20% 넘었다고 할 수 없는 게 토지등소유주가 있다더라도 토지면적이나 등기 사항 등 확인이 필요한 사항인 데다 현재 확정된 구역이나 추정 분담금을 공식적으로 통지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축 업자 등이 포함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신축 빌라가 포함됐을 순 있지만 애초에 신통기획 후보지 신청을 할 때 신축기준일이나 법적 노후도 등 기준에 충족해야 하는 만큼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신청 자체가 되지 않는다"면서 "법적 요건에 맞춰서 주민 제안에 따라 구에서도 신청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리봉1구역 재개발추진준비위원회 측은 "서울시 투기방지대책에 따라 해당 정비사업은 투기세력의 유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유튜버가 빌라 신축했다거나 공무원들이 미리 투자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적한 말뚝 부분에는 지상에 약 15개동 건물 가운데 6개동만 신축 2~3년 된 곳으로, 이 소유자들도 추진준비위 소속이 아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