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실탄
5-실탄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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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제6감과 같은 것으로 그것이 없다면 다른 5감도 완전히 사용할 수 없다.
-서머시트 모옴 (인간의 굴레)


“행장님. 외출 중에 조복만 지점장께서 연락 주셨습니다.”
“뭐야. 조 지점장이. 그래 그동안 어디 있었데. 연락처는?”

“연락처는 따로 말씀 안하시고, 본점으로 오시는 중이라고 곧 뵙겠다는 말만하고 전화 끊었습니다.”

‘웃기는 친구군. 그렇게 찾을 때는 종무소식이더니만 제발로 찾아 온 다구. 일주일 동안 무얼하다가 이제 나타난거야. 아무리 다 끝난 은행이라지만 이건 정도가 너무 심한거 아냐.’

그동안 박 비서를 통해 금융사고는 아니라는 일차 보고를 받았던 평일은 다소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아, 예. 잠깐만 기다리세요. 행장님. 조 지점장입니다.”

평일은 한껏 감정을 죽이고 수화기를 들었다.

“아. 조 지점장인가. 나 행장이네. 그동안 지점을 비우고 도대체 어디 있었나. 전임 행장이 자네를...”

미처 평일이 다 이야기를 마치기도 전에 소대원이 소대장에게 보고하는 것 같은 조 지점장의 성급하고도 굵은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튀어 나왔다.

“저 조 지점장. 지금 본점 지하 2층 주차장에 와있습니다. 행장님. 죄송하지만 전해드릴게 있습니다. 주차장까지 좀 내려와 주셨으면 합니다.

‘뭐야, 날더러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오라구, 전해 줄 것이 있어? 나 참 기가 막혀서. 지점장이 지금 행장한테 무얼 하는 거야. 가만 ....’

평일은 얼핏 장행장의 부탁을 다시 새겨보며 만나는 봐야겠다는 생각에 박 차장에게 한마디하며 웃옷을 집어들었다.

“박 차장. 나하고 지하 주차장에 잠깐 같이 다녀오지.”
평일을 빤히 쳐다보다 고개를 갸우뚱하고 따라 나서는 박 차장을 이끌고 지하주차장 입구로 내려갔다. 조 복만은 보이지 않았다. 잠깐 차에 시동거는 소리가 들리더니 갤로퍼 한대가 평일의 앞으로 다가 왔다. 조 지점장은 갤로퍼의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조 지점장은 평일의 뒤에 서있는 박 비서를 보고 적이 당황하는 눈치였다. 시동도 안 끄고 차에서 내린 조 지점장은 평일과 박 비서를 교대로 쳐다보며 ‘저, 저’하며 말을 더듬었다.
김 평일이 박 비서를 돌아보고 고개 짓을 했다.
박차장이 엉거주춤 엘리베이터 쪽으로 돌아섰다.

박 차장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조 지점장이 평일을 향해 고개를 깊숙이 숙이더니 “행장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하고 새삼스럽게 인사를 했다.
“이 사람아 안녕이고 무어고 간에 그래 무슨 일인가. 전해줄게 있다니. 행장실로 들고 오면 안 되는가.”

“저 그게, 부피가 좀 크고... 또 조용히 전해드려야 하기에”하며 조지점장은 흘깃 갤로퍼 뒤쪽을 쳐다보았다.
차 뒤 시트와 짐 싣는 곳에는 얼핏 보아 라면박스 같은 것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저, 우선 차에 타시지요.”

조 복만이 다시 운전석에 오르자 평일도 옆 좌석에 따라 앉았다. 차가 급 발진 했다. 멀리서 둘을 바라보고 있던 박 비서가 당황한 모습으로 손을 흔들며 따라 오는 모습이 백미러에 잠깐 비쳤다 사라졌다.

갤로퍼는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수색을 지나 일산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조 복만은 저 멀리 서오능이라는 표지판이 보이자 차를 오른쪽으로 틀었다. 금방 논밭이 나타나고 도심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이렇게 외진 곳이 있는가 싶을 정도의 한적한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갤로퍼에 몸을 실었을 때부터 무언가 역겨운 냄새가 차안에 가득 차 있었다. 평일은 이미 냄새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있었다. 하급행원 시절 일선 지점에 있을 때 늘 맡아 오던 냄새였다. 조 복만도 역겨움을 느끼는지 수시로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환기를 해가며 차를 몰았다.

‘장 행장이 말하던 실탄이 바로 이거였나.’
백미러를 통해 얼핏 보아도 사과박스가 여남은 개는 돼보였다. 저 멀리 창고 같은 낡은 건물과 빈 공터가 보이자 조 복만이 그리로 갤로퍼를 몰았다. 창고 같은 가건물 뒤에 차를 세운 복만이 차를 한바퀴 돌더니 평일이 앉아있는 좌석 옆으로 와 부동자세를 취했다. 평일은 차에서 내리는 대신 차문을 열고 자세를 돌려 앉았다. 평일은 할말이 있으면 빨리 해보라는 듯이 복만을 바라보았다.

“행장님. 장 행장님 지시로 그동안 보관해오던 것을 행장님께 전해드립니다.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평일이 되물었다.
“저게 무언가. 장 행장 지시라니. 그동안 보관해 왔다니 무슨 소린가.”
“장 행장님께서는 저희 대성은행을 살릴 실탄이라고 하셨습니다. 행장님께 꼭 전해드려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게 있어야 우리 대성은행이 살아날 수 있다고 신신 당부하셨습니다.”
“그런데. 지난 일주일 동안 무얼 했나. 저걸 만드느라고 지점을 비웠었나?”

“예. 그동안 보관은 수표로 하고 있었는데 행장님께서 현찰로 만들어서 전해드리라고 하셔서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모두 열 박습니다.”
“그래, 도대체 저 사과박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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