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박이 '스팩' 발걸음은 여전히 '아장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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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당국의 천편일률적인 규제가 스팩의 성장 방해"
당국 "우회상장으로 악용될 소지 다분…규제는 불가피"

[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금감원의 스팩 규제 방침에 대해 증권가의 불만이 높다. 금감원의 스팩의 상장에 대해 그 대상이 비상장 기업이라는 이유로 별도의 규정 없이 우회상장기준을 스팩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피합병기업의 밸류에이션, 합병심사 기간 중 매매거래 정지 등 우회상장기준에 맞춘 스팩규제가 활성화를 막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합병 발표 이후 스팩의 주가가 오히려 떨어지는 등 투자매력이 떨어지면서 주주들이 합병시도를 반대하고 나서는 일도 생겼다. 지난 1일 대신증권그로쓰스팩의 기관투자가들이 비상장사 합병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7일 열릴 예정이던 주주총회가 연기된 것이다.

대신그로쓰스팩의 기관투자가인 KTB자산운용과 블리스자산운용, 동부자산운용은 이날 '집합투자업자의 의결권 행사' 공시를 통해 대신스팩의 합병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들 3개 자산운용사가 보유한 대신스팩의 주식은 196만주로 전체 주식의 14.05%다.

당시 대신스팩의 주가는 1870원으로 공모가 2000원을 밑돌자 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려 했기 때문이다. 합병에 반대하고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당시 주가보다 137원(6.82%) 비싼 2007원에 주식을 팔 수 있다.

투자가들은 스팩의 매력이 급속도로 떨어진 이유는 당국의 규제방침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가들이 가장 문제 삼은 부분은 합병심사 기간 동안의 매매정지 제도다. 우회상장에 적용되는 그것과 다른 게 없다.

현행 관련 규정에 따르면 스팩은 합병심사 기간(2개월) 동안 매매가 정지된다. 이에 대해 이준 동부자산운용 법인영업상무는 "미국 등에서는 스팩이 합병 심사를 받더라도 매매정지가 안된다"며 "거래소의 거래정지 제도 때문에 스팩에 투자한 기관투자가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들도 "매매정지 끝나고 난 후의 주가가 가장 큰 문제"라며 "매매정지가 풀리는 순간 주가가 상승하면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팔고 나가버려 지분부족으로 정작 합병추진 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열린 모 스팩의 상장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한 스팩 관계자는 "거래정지 제도가 오히려 투기성 자금을 집중시키는 데 한 몫하고 있다"며 "제도를 섬세하게 조율하려는 노력이 없다보니 현장에서 진통을 겪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천편일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밸류에이션 산정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스팩의 수익가치를 산정할 때는 2개년도의 예상 당기순이익에 자본환원율 10%를 적용한 수치 등으로 한정돼 있다. 그러나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경우 2년 후에도 높은 수익을 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2개년도 적용은 수익가치 산정에는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남기천 대우증권 고유자산운용본부장은 최근 열린 '스팩 성공사례 분석과 미래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스팩에 대한 별도규정없이 우회상장제도만 끌어다 쓰다보니 일반 IPO(기업공개)보다 나은 점이라고는 기간의 단축밖에 없다"며 "IPO의 양적˙질적 심사요건을 갖춘 우량기업이 스팩의 합병대상이라는 게 문제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불만사항에 대해서 당국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제도 개선보다는 스팩이 자리 잡는 것이 더 우선이라는 얘기다.

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스팩이 우회상장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에는 변함이 없다"며 "스팩 시장에서 투기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서 도입된 매매거래 정지제도 등 우회상장 제도 도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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