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지수 3년새 30% 상승···국내외 건설 수주 하락
8월까지 해외 수주 전년 동기 80%···국내 수주 26%↓
"재정정책과 적정 공사비 반영한 공공공사 확대 시급"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건설경기 침체로 올 상반기(1~6월)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낸 주요 건설업체가 3분기(7~9월)에도 암울한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치솟은 공사비와 인건비 등 원가률 압박이 가중되며 영업이익이 최대 30%대 감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 대형 상장 건설사(삼성물산 건설부문·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GS건설) 중 4곳의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수익률이 가장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사는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의 3분기 추정 영업이익은 1271억원으로 전년 동기(1902억원) 대비 33.2%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매출도 역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대우건설의 매출 컨센서스는 2조534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9901억원) 대비 15.3% 줄어든 수치다.
현대건설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2439억원) 대비 31.2% 감소한 1678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매출액은 8조1747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8585억원) 대비 4.0%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건설의 올 상반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0.1%, 0.3% 성장했으나 하반기 들어 영업이익은 뒷걸음칠 전망이다.
DL이앤씨도 3분기 수익성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3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804억원) 대비 8.7% 감소한 수준이다. 매출은 2조4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사업을 따로 두는 삼성물산의 건설부문 경우 3분기 매출 4조8000억원가량, 영업이익 2700억원가량을 낸 것으로 집계된다. 1년 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0%, 12.2% 정도씩 감소한 수치다.
반면 보수적으로 원가율을 미리 반영한 기저효과에 따라 GS건설은 주요 건설사 중에 가장 영업이익이 크게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GS건설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98억원으로, 전년 동기(602억원) 대비 49.2% 급증할 전망이다. 이는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여파에 지난해 3분기 국내 사업장 품질·안전 강화비용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출액도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매출 전망은 3조1554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1075억원) 대비 1.5% 소폭 늘어난 수준이다.
3분기 주요 건설업체들의 실적 하락이 전망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속적인 원가율 상승이 꼽힌다. 매출원가율은 원자재 비용과 인건비 등 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율로, 이 수치가 커질수록 각 사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상사·패션·리조트 부문과 합산돼 별도 집계가 이뤄지지 않는 삼성물산 건설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건설업체의 상반기 매출원가율을 보면 현대건설 94.9%(전년 94.1%) 대우건설 90.8%(89.5%) DL이앤씨 91.2%(89.9%) 등으로 전년 대비 1%포인트(p) 올랐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선 급상승한 공사비와 인건비 안정화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조사 결과,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직접공사비를 대상으로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2020년=100)는 올해 8월 129.71(잠정치)로 집계됐다. 3년 사이 공사비가 30%가량 올랐다는 의미로 이 기간 14% 안팎의 물가상승률을 2배 이상 웃돈다.
특히 건설 침체 장기화에 따른 일감이 줄어든 점도 향후 부정적인 전망이 이어지는 이유다. 현재 국내외 건설시장의 수주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 올 들어 8월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179억5673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81.9%에 불과하다. 올해 연간 목표치 400억달러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는 실적이다. 이대로라면 작년 수주실적 333억달러 달성도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올 1~7월 중 누적 수주액은 148조8299억원으로 작년 대비 3.1%, 2년 전에 견줘 무려 25.7%나 감소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하반기 건축공사의 위축으로 인한 침체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분석되며 이 같은 상황이 내년 상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침체가 지속될 경우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침체 기간을 단축하고 폭을 낮출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함께 적정 공사비를 반영한 공공공사 투입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