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전대란 원인이 국민이라고?
[기자수첩]정전대란 원인이 국민이라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5일 오후, 전국은 사상 초유의 전정 대란에 휩싸였다.

한전은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긴 오후 3시 전력담당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의 사전 승인도, 예고도 없이 전국지사에 순환정전을 지시했다. 일개 공공기관이 매뉴얼도 무시한 채 국민들의 재산과 생명에 위협을 가한 셈이다.

그동안 지경부는 전력수급엔 문제가 없다고 자신해왔다. 지난주 보도자료에서도 "설비별 책임 운영제 도입과 집중적 부하관리 등의 대책으로 올 여름 큰 위기 없이 넘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만에 전국은 초유의 정전대란을 겪었다.

사실 정전사태는 이미 예견됐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분석이다. 기상청은 14~15일 전국의 낮 기온이 섭씨 30도가 넘을 것이라고 예보했었다. 그러나 한전은 전력수요가 많을 것을 알면서도 겨울철 대비를 위해 발전기 25기의 정비를 실시했다.

그런데도 지경부와 한전은 이번 전국 정전사태에 대해 '이상고온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 즉 국민들 탓으로 돌리고 있다.

김도균 지경부 전력산업과장은 "이번 사태는 이상 고온에 의해 계획대비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거래소가) '선조치 후보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입장이 이렇다보니 정전대란에 따른 피해보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 전기 공급 약관에 따르면 피해보상액은 정전된 시간 동안의 전기요금의 3배로 제한돼 있다. 계산해 보면 5시간 전기가 끊긴 가구에 돌아가는 보상액은 800원 안팎이다.

전력공급 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만 수백곳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는 "불가항력적 상황이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전기공급을 중단한 가구당 800원씩 지급하겠다는 얘기인지 정말 기도 안찬다.

벌써부터 수많은 시민과 사회단체들이 피해보상 문제를 놓고 소송을 벌일 태세다.

전기 사용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온난화로 인해 향후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정전대란을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일종의 '천재지변'으로 치부하고 말 것인지 정부의 안일한 태도에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