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알맹이(은행) 빠진 수수료 청문회
[기자수첩] 알맹이(은행) 빠진 수수료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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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지난 9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는 3대(은행 카드 백화점) 수수료 인하 관련 청문회가 있었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금융당국과 이익당사자들간 수수료 원가 공개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다.

특히 소상공인단체연합회장, 음식업중앙회장, 신용카드가맹점중앙회 회장 등 영세사업자 대표자들이 참석해 카드사나 백화점과 수수료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번 청문회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은행 수수료의 적정성에 대한 논의는 카드 백화점 수수료에 밀려 들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와 시중은행 관계자가 참석했지만 수수료 인하에 따른 풍선효과를 대비하겠다는 질문과 답 뿐이었다.

은행 수수료 문제가 논외로 치부된 것은 신용카드 가맹점 등과 같은 이익단체가 없다는 점이 주된 요인이었다. 최근 은행들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를 크게 내린 것도 여론을 달래는 데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수수료 문제는 20년 전 수수료 책정 시스템이 자율화된 이후부터 해년마다 반복돼 왔다. 단순 수치상의 문제가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업계 곳곳에서 마찰음이 들린다.

일부 소비자 단체들은 '아직도 부족하다'며 수수료를 더욱 내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뭇매맞는 심정'이라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수수료 인하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은행들의 생각은 다른다.

특히 일부 은행은 "수수료를 같이 올리는 것은 담합이고, 같이 내리는 것은 담합이 아니냐"며 공정거래법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외국에 비해 수수료수익 비중이 적다며 비난 여론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배가 불렀다"며 마냥 은행들만을 탓해서는 안된다. 사실 최근 시중은행들에 대한 비난 여론은 은행권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둘 것이란 전망에 급작스럽게 불거진 측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수수료 논란이 단순 이슈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명분이 마련돼야 한다. 공론화된 이 참에 확실히 짚어봐야 한다는 얘기다.

추경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와 전문 연구원, 업계 실무자들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수수료 적정성 기준을 마련토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은행들도 '수수료 장사꾼'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는 '이쯤하면 됐겠지'하는 안일한 발상은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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