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억대 연봉, 증권맨의 悲哀(?)
[기자수첩] 억대 연봉, 증권맨의 悲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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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장도민기자] "며칠 전 후배가 찾아와 13년 만에 업계를 떠난다고 인사를 했다. 최근 증권업계는 40대를 전후해서 제조업을 비롯한 각 분야로 탈출하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유는 하나같이 같았다. 일을 오래할 수 없다는 것. 연봉이 줄어들더라도 보다 오래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긴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기사에서는 '증권가의 꽃'이니 하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실상을 모르는 소리를 한다. 아마도 이 직업이 이제 더이상 '블루오션'이 아닌 듯하다. 안타깝다."

이는 최근 국내 한 유명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취업을 앞둔 상당수 대학생들은 '증권맨'을 1순위로 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능력만 된다면(?) 억대 연봉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증권맨의 인기 요인이다. 

업계 종사자들 역시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많게는 수천억원의 자금을 자신의 판단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외부에 비쳐지는 증권맨의 피상적 모습이다.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일에는 그만한 책임이 뒤따르고 이는 결국 심리적 압박으로 그들을 옭아매기도 한다. 이같은 부분은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종종 증권맨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미래 역시 일반 제조업 종사자에 비해 불투명하다. 그간 업계에 이름을 알려온 증권맨 상당수가 최근 유통·제조업계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증권맨이라는 배경이 높은 연봉을 보장해주는 것도 원인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언제 '퇴물' 신세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 특히 리서치센터들의 경우 실적에 따른 평가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경우가 많아 자리이동이 빈번하다. 정부의 권유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증권사도 있지만 인사적체 때문에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국내 대형 증권사의 임원과 중소형 증권사의 과장급 인사들이 줄줄이 제조업과 유통업계로 이직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들은 더 나은 계약 조건과 스트레스를 덜 받고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직을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같은 문제는 종종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지난해 국내 한 대형증권사 부장출신은 젊은 시절부터 투자를 통해 재산을 꽤 많이 모았다. 그러나 40대 중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부모님 재산, 자기신용대출, 사채, 형제들 자금 등을 동원해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 결국 목숨을 끊으려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지인들의 도움으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증권사들도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발벗고 나섰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는 분위기다. 최근 각 증권사들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정신교육과 스트레스 지수 측정, 전문가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오히려 역효과라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자율적으로 진행할 경우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시간을 내기 어렵고, 강제일 경우에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는 것.

한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지수를 검사한 결과를 놓고 상사에게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괴롭다는 내용의 글이 해당직원의 SNS 등을 통해 확산되기도 했다. 이래저래 증권사들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인 셈이다.

금융시장의 발전 동력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자금을 운용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사람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제조업에 비해 후진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국 금융시장이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고민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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