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국 모기지 금융에서 발생한 부실 대출이 다른 여타 금융기관에 영향을 줘 연쇄적 파장을 미친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금융위기는 전 세계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거시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으며, 그 과정에서 전통적 통화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
그렇다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통화정책에 대해 우리에게 준 교훈은 무엇인가?
첫째, 양적 완화, 제로 금리, 중앙은행의 민간채권 매입 등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의 출구전략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런 통화정책은 미래에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며, 대규모 민간채권 구매는 중앙은행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 거시경제가 매우 비대칭적이라는 점이다. 즉, 불리한 충격이 발생할 확률은 똑같은 규모의 유리한 충격이 발생할 확률보다 훨씬 더 높고 위험하다. 경기침체기에 금융경색이 발생하면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고, 이것이 다시 경제를 더 깊은 침체로 빠지게 만드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경기침체 시기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시키는 담보가치가 축소돼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 문제가 더욱 악화된다.
셋째, 물가와 경기안정이 금융안정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2007년의 금융위기는 물가와 경기안정이 자산가격 거품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해 지나친 위험추구 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인 통화정책 개선 논의에 부응해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은행에 물가안정과 더불어 금융안정을 도모하는 책임을 추가로 부여했다. 이에 따라 향후 중앙은행의 금리결정 방식과 통화정책 수행방식에도 변화도 점쳐볼 수 있다.
우선 금융시장, 특히 자산가격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물가와 경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테일러 준칙을 확장해 인플레이션 갭과 생산량 갭 이외에 주가지수, 주택가격, 신용지표의 갭 등을 추가하는 방안의 적절성과 유용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거시건전성 강화를 위한 지급준비자산제도, 금융기관의 부문별 신용한도를 설정하는 신용한도제 등의 거시건전성 정책을 테일러 준칙과 병행해 시행하는 방안 등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금리 결정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함께 추구할 경우 물가안정목표의 중심치를 변경할 필요는 없으나 변동 허용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물가안정과 함께 금융안정까지 도모할 경우에 물가안정 목표의 적용기간을 현재(5분기 정도)보다 더 장기화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는 시사점도 도출되고 있다.
다음으로 통화신용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조화로운 운용을 위해 통화당국과 금융감독기관 간의 공조 강화방안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재무성,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금융감독기구가 분업형태의 협의체(금융안정감시기구)를 구성하고, 통화정책은 연준이 수행하되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리스크를 감시하는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영국은 재무성, 중앙은행, 금융감독기구의 3자 체제가 정보교환과 위기대응에 미흡하다고 판단해,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 미시와 거시 건전성 감독권한을 집중해 부여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도 향후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조정해 거시경제 위험을 관리하고 신용에 의해 초래되는 거품에 사전적으로 대응하며,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공조를 강조하는 등 새로운 통화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도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정보변수를 추가한 테일러 준칙을 활용하고, 금리결정을 위한 물가안정목표의 중심치와 변동 허용폭을 개선하며, 정부·중앙은행·금융감독기구 간 공조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