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를 줄까, 낚싯대를 줄까
물고기를 줄까, 낚싯대를 줄까
  • 홍승희
  • 승인 2005.03.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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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소비심리 위축과 투자부진 등으로 무기력하던 경기가 요즘들어 바닥을 치고 뚜렷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살려 좀 더 빠른 회복을 꾀하려는 목적의 가계 안정화를 위한 여러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소비심리가 차츰 나아지고는 있으나 일단 시동을 거는 단계에서 좀 더 파워풀하게 발동을 걸기 위한 방법일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방안 마련이나 신용불량자들의 빠른 사회복귀를 돕기 위한 지원대책은 단순한 경기대책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이지만 어쨌든 경기 회복에 박차를 가하는 조치임이 분명하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 신청 자격 기준 상향조정은 이제까지 단순히 개인`가계 신용회복에 초점을 맞췄던 것에 비해 자영업자들에게까지 그 대상 폭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변화다.

개인 신용회복 정책에 대해 도덕적 해이를 염려하는 이들도 많다.
실상 그런 위험이 전혀 없다고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막대한 공적자금이 금융기관을 거쳐 부실기업에 투입될 때와 비교하면 지나친 염려는 아닌가 싶기도 하다.

IMF 구제금융 신청 이후 정부의 정책은 국민경제에 영향력이 큰 금융기관, 대기업 위주로만 진행돼 왔다.
피해가 발생해도 훨씬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도 불가피한 상황임을 알기에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규모는 작지만 숫적으로는 매우 많은 개인 신용불량자들이 사회체제 밖을 떠돌도록 계속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고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복귀를 도울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면 다소의 누수 우려가 있더라도 지원을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차피 방치해둔다고 부채의 회수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사회적 불안만 높이는 부담스러운 현상은 조속히 타개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회의 지원 프로그램은 단순히 빚 상환의 부담을 덜어주는 시혜적 조치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자립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체계적 지원이 따라야 같은 사단을 반복하지 않는다.
그런 점을 잘 알기에 정부의 생계형 신용불량자 대책이 발표된 뒤 시중은행들도 잇달아 영세 자영업자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일 터이다.

그런데도 은행은 여전히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러 은행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우리 은행 지원 프로그램에 의해 신용 회복된 사람만 지원해주겠다며 친 장벽이 압박감을 준다.

다중채무자의 경우 일단 금융사고의 재발 위험이 높아 보이기도 할 것이다.
또 일단 지원한 후에는 꾸준히 채무자의 신용 관리 동향 등을 관찰, 조정해야 할 금융기관 입장에서 관리상의 어려움이나 적잖은 위험부담을 안을 우려도 안가질 수 없을 터이니 이런 부담을 피하고자 하는 태도를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우 그나마 사업을 한다고 여러 금융기관에 걸쳐 부채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 가계도 다중채무 상황에 놓이기는 쉽다.
아파트의 경우 대개는 분양 당시부터 발생된 기본융자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 위에 시일이 지나면서 추가 대출을 받는데 꼭 해당은행에서만 받게 되지는 않으므로.

물론 신용불량자들의 경우 이런 담보조차 변변찮아 생긴 문제일 터이나 다중채무라는게 얼핏 생각되듯 그렇게 특별한 악성채무 상황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벗어나려면 필수적인 금융기관 지원이 불가능할 때 앞서의 신용회복 프로그램은 채무자의 빚덩이만 더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뿐이다.

어떻게든 창업자금을 제도금융의 틀 안에서 조달받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것이 대량의 신용불량자 발생을 막고 금융기관 역시 장기적 위험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다.
찔금찔금 하는 지원은 채권 채무자 양측 모두에게 부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수렁에 빠졌던 신용불량자에게 당장의 먹거리로 주는 물고기는 한 마리면 족하다. 그 다음엔 낚싯대를 쥐어줘야 한다.

낚시대 잃을까 두려워하면 먼저 준 물고기도 되돌려 받을 길이 영영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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