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드] 한 증권사의 '초등학생용 보고서'
[마켓인사이드] 한 증권사의 '초등학생용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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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해당 자료는 내부 상품기획팀 요청으로 쓴 것입니다. 초등학생용으로 쉽게 설명하고 외환은행 인수 효과를 부각시키기 위해 작성된 것입니다." (S증권 모 연구원)

한 소형증권사에서 '이상한(?)' 보고서가 발표돼 투자자들의 엉뚱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2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증권은 '하나금융 한국에서 가장 큰 은행이 되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형식상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만 빠졌을 뿐 외형상으로는 증권사 연구원이 작성하는 일반 보고서와 큰 차이가 없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보고서의 근거와 내용이다. 단 1장짜리인 해당 보고서의 주요내용은 '외환은행을 합친 결과 국내에서 가장 큰 은행이 됐다' '한국 최고의 은행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의 내용은 현실과 차이가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AUM과 신탁을 제외한 총자산을 비교하면 하나금융은 284조7830억원으로 4대 금융지주 중 최하위다. 우리금융이 320조로 가장 높고 신한지주(295조9190억원), KB금융(284조8465억원)에도 못 미친다.

업계 선두권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1위'라는 표현은 무리가 있다.

금융지주가 아닌 은행별로 봐도 하나은행은 국민은행에 뒤진다. 지난해말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외환은행과 합병하면 247조원으로 총자산이 뛰는데, 국민은행은 257조7286억원으로 10조원 가량 높다.

이와관련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은 "정확하게 숫자로 보면 은행기준 2위로 올라가지만 큰 차이는 안난다"며 "초등학생용으로 작성했는데 외부에 노출됐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타 증권사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투자자를 대상으로 쓰는 만큼 초등학생용 보고서는 있을 수 없다"며 "외부에 배포됐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잘못된 보고서를 내놓고 핑계를 대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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