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조합원 가구당 10억원 수준 지원 약속···'스카이 브릿지' 설계 제안
HDC현산, '확정 공사비' 제시···"삼성물산보다 공사비 1000억원 이상 저렴"
수주 경쟁서 승리 간절한 삼성물산과 브랜드 이미지 쇄신 필요한 HDC현산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업계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용산 터줏대감' HDC현대산업개발이 용산구 남영동 업무지구 2구역(남영 2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두고 맞붙었다. 한강 이북에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용산구에서 올해 첫 대형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이라 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비업계에 따르면 입찰 마감한 남영2구역 재개발 시공사 입찰에 삼성물산과 HDC현산이 참여해 올해 첫 경쟁입찰이 성사됐다. 조합은 8월 중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재개발 사업을 통해 최고 34층, 3개 동, 565가구 아파트와 80실 오피스텔, 복합청사 등이 들어선다.
남영2구역은 서울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과 1호선 남영역이 가깝고, 대통령 집무실·용산국제업무지구(예정)도 인근에 위치해 입지적으로 사업성이 우수하다. 또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가 총 7000억원 규모(3.3㎡당 1070만원)에 달해, 건설사들의 수주 참여 의지를 높였다. 재건축·재개발 현장을 통틀어 시공사가 아닌 조합이 1000만원 이상 공사비를 먼저 제시한 건 여의도 공작아파트에 이어 두 번째다.
먼저 '래미안 수페루스'라는 단지명을 제안한 삼성물산은 HDC현산이 제안한 공사비 6759억원보다 145억원 낮은 6614억원을 제시했다.
특히 사업촉진비 1120억원을 제안해 조합원 가구당 10억원에 달하는 지원도 약속했다. 사업촉진비는 조합원 입장에서 담보 한도 내 대출이나 세입자 보증금 처리 등 필수적이면서도 빠른 사업 진행을 위해 중요한 항목으로 꼽힌다. 또 종합 부동산 금융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업무시설 일괄 매입도 제안했다.
또 글로벌 설계사 '아르카디스'와 협업해 아파트 3개 동을 잇는 구름 형상의 185m 길이 파노라마 '스카이 브릿지'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남산과 용산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설계다. 이어 조합원들이 입주할 예정인 고층엔 전 가구 용산공원 조망이 가능한 프라이빗 테라스를 조성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회사는 앞서 용산공원 남측과 서측에 각각 '래미안 첼리투스'와 '래미안 용산더센트럴'을 지은 경험이 있고, 두 아파트가 현재 모두 일대 랜드마크 단지로 꼽히고 있어 조합 측에 이러한 부분도 강점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기준'과 조합 입찰 안내서의 테두리 안에서 조합원에게 가치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최상의 대안설계를 제시했다"며 "회사의 초고층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입주민이 안전하면서도 최상의 라이프를 누릴 수 있도록 래미안의 노하우를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HDC현산은 2년간 물가 변동 없는 '확정 공사비'로 맞선다. 2년간 확정 공사비란 점을 고려하면 착공 시점을 기준으로 삼성물산보다 1000억원 이상 공사비가 저렴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최근 서울 정비 사업 곳곳에서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잦은 것을 고려하면 이 같은 결정은 파격적이라 볼 수 있다.
취재 결과 공사비 산출을 위한 기준 시점은 2026년 8월로 설정한다. 일반적으로 공사비 산정 시점은 입찰 마감일을 기준으로 두지만 HDC현산은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 시기를 최대한 뒤로 미뤘다. 입찰 후 약 2년 2개월 동안은 어떠한 이유로도 공사비를 증액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아울러 책임 준공 확약도 진행할 방침으로 알려진다.
단지명으로는 '트리니티 아이파크'를 제안했다. 설계는 글로벌 설계그룹 SMDP와 팀을 꾸렸고, 상업시설 수익 극대화를 위해 부동산 컨설팅 그룹 '세빌스'와 협업하며, 롯데타워, 인천국제공항 구조설계 등에 참여한 구조설계 전문기업 'LERA'와 손잡고 안전을 한 층 강화하기로 했다.
HDC현산은 대형 건설사 중 유일하게 용산구에 본사를 두고 있어 '홈그라운드'라는 점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회사는 용산구에서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선 국방부 청사와 용산 역사 박물관, 용산철도병원 부지 개발 등 굵직한 사업을 맡아 왔다.
HDC현산 관계자는 "용산공원 조망을 최대한 확보하고 중대형 평면 중심의 특화 설계로 남영 2구역을 용산의 새로운 중심으로 만들어 가겠다"라고 전했다.
삼성물산과 HDC현산 모두 이번 수주가 간절한 입장이다. 삼성물산은 직전 입찰 경쟁이 있었던 1조3000억규모 부산 촉진2-1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 패배하면서 주택 부문 성과가 이전 같지 않다는 업계의 평가가 있었다. '래미안'을 브랜드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2020년 오세철 사장 부임 이후 주택 부문에서 4년간 한 번도 경쟁 입찰을 통해 수주를 따낸 적이 없고, 단독입찰에 따른 수의계약 수주만 있었다.
HDC현산의 경우 올해 다른 건설사와 공동 수주엔 성공했지만 아직 단독 재개발 수주 실적이 없다. 또한 그동안 각종 사고 여파로 브랜드 평판을 일부 잃어 이번 수주에 성공하면 업계 1위 삼성물산을 잡았다는 타이틀을 얻는 만큼 정비사업 시장에서 반등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