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국내 최대 방위 산업 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국내 최고 가스 터빈 기술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가 차세대 전투기 엔진 독자 개발에 나선다. 한화 또는 두산이 개발에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 일곱 번째 전투기 엔진 개발국이 된다.
2일 방산 업계에 따르면 한화와 두산은 최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발주한 첨단 엔진 개발 관련 개념설계 프로젝트에 각자 참여해 지난달 검증을 마쳤다. 양사는 본격적인 연구개발(R&D)을 의미하는 기본설계 프로젝트에 각각 뛰어들어 방위사업청이 향후 10년간 최소 3조원을 투입해 추력 1만5000파운드급 엔진을 개발하는 일감을 따낸다는 계획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차세대 전투기 엔진 독자 개발 프로젝트에 항공기 엔진 부품 제조 능력을 지닌 한화와 발전용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두산이 도전장을 내밀었다"며 "한화와 두산이 개발에 성공하면 한국도 전투기 엔진을 개발할 수 있는 국가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투기 엔진을 독자 개발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등 여섯 개국뿐이다. 민간 기업으로는 미국 프랫&휘트니(P&W), 제너럴일렉트릭(GE), 영국 롤스로이스PLC 등 세 개 업체가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45년간 GE 등이 만든 설계도 등을 토대로 항공기 엔진 부품 제조 능력을 쌓은 한화는 이를 기반으로 설계 능력을 갖춘 개발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가스 터빈 시장의 강자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전투기 엔진은 응축된 공기에 연료를 태워 터빈을 돌린다는 점에서 가스 터빈 발전 방식과 비슷하다며 차세대 전투기 엔진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R&D에 드는 돈은 방사청이 댄다. 업계에서는 사업비가 향후 10년간 3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본다. 소재 개발과 부품 가공 기술 내재화를 포함하면 5조원 이상으로 훌쩍 뛸 전망이다. 개발에 성공하면 한국형 전투기 KF-21 동력원으로 쓰일 예정이다.
한화는 오래전부터 차세대 전투기 엔진 독자 개발에 역량을 기울여 왔다. 2019년 미국 항공 엔진 부품 업체 이닥(EDAC)을 3억달러에 인수한 것도 독자 엔진을 개발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한화는 이닥을 손에 넣으면서 엔진 외형인 고형체 제조 기술에 이어 핵심 부품인 엔진 회전체 제조 역량도 확보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회전체 기술을 확보하면서 항공 엔진에 들어가는 모든 철강 부품을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면서 "덤으로 110여개에 달하는 미국 항공 엔진 부품 제조 네트워크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두산도 3월 주주총회에서 '전투기 엔진 제작'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등 최근 들어 독자 엔진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발전용 가스 터빈 제조 기술이 전투기 엔진 동력 발생 원리와 비슷하다는 점, 엔진이 뿜어내는 1500도 이상 초고열을 이겨낼 수 있는 냉각 및 코팅 기술을 확보한 점 등이 두산이 독자 엔진 개발에 뛰어든 배경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