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방통위의 '레임덕'
[기자수첩] 방통위의 '레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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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각종 비리의혹으로 중도 낙마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후임인 이계철 위원장이 취임한지 100일이 지났다. 하지만 방통위의 업무파행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방통위 이계철호(號)가 출범할 당시 주요 현안으로는 와이브로 주파수 할당, 제4이동통신사 선정, 통신요금 인하,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종료 등이 꼽혔다.

이에 이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스마트 선진국의 지위를 굳건이 하기 위해 스마트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다"며 "방통위가 중심을 잡고 현안들을 꼼꼼히 챙겨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100일이 지난 현재까지의 이 위원장의 행보는 기대는 고사하고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MBC 등 언론사 파업은 계속되고 있으며, 지난 5월 시행된 블랙리스트 제도도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같은 방통위의 소극적인 태도는 이 위원장의 '의지'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이 위원장의 임기는 2년. 하지만 연말 대선과 그에 따른 조직 개편이 예정돼 있어 실제로 위원장 직을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길어야 반년 정도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평소 이 위원장도 "일 년도 못할 위원장이 뭘 하겠느냐?", "내가 나서는 게 옳지 않다"는 얘기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 정책에 대한 비전보다 현재 추진 중인 현안을 무사히 처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무능한 방통위'라고 비판하며 이 위원장의 자진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통위 역시도 사실상 정권말 레임덕 현상을 겪고 있다.

그동안 이계철 위원장은 통신전문가임을 스스로 자처해 왔다. 하지만 그간 이 위원장의 행보는 통신전문가라기보다 자리만 지키는 전형적인 '철밥통 공무원'의 모습만 보여왔다.

이 위원장의 말처럼 정권말 산적해 있는 각종 현안을 해결하기에는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선장이 키를 놓게 되면 배가 좌초되듯 이 위원장의 역할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 있다. 무엇보다 '무능한' 방통위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수수방관 하는 자세만은 보여줘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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