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와 일본의 역사인식
사이코패스와 일본의 역사인식
  • 홍승희
  • 승인 2005.04.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 살인범으로 인해 인구에 회자되는 의학 용어가 하나 더 늘었다. 사이코패스다.

사이코패스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킬 중범죄를 아무런 죄의식없이 저지를 수 있는 범죄심리의 한 유형으로 그 범인들은 자신의 범죄행위를 모두 남의 탓으로만 돌린다.

정신병이라기보다 일종의 사회적, 도덕적 모럴 결핍 증상일 터이다.

정신의학이나 심리학 분야에서 이런 증상을 어떻게 해석하는 지까지는 잘 모르겠으나 성장과정에서 책임감이 함께 자라지 못한 일종의 정신적 미성숙 상태가 아닐까 싶다.

말썽 피운 아이들이 곁에 있던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어설픈 변명을 하듯 스스로 벌인 행위는 남이 내게 잘 못해줬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것이 성숙하지 못한 정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사회폭력의 밑바탕이 된다고 알려진 폭력가정의 폭력남편들이 흔히 ‘맞을 짓을 해서 때렸다’고 주장하듯 사이코패스 범죄자들 역시 피해자들이 나로 하여금 범죄를 저지르게 했다는 식으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드는 것이다.

옛부터 ‘잘 한 것은 내 덕이요 잘 못된 것은 조상 탓이라’는 말이 전해져 올만큼 무언가 사회적 책임이 무거울 때 인간 내면으로부터 일종의 회피심리가 발동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무게감이 크면 클수록 도망하고 싶어지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장과정에서 받은 제도적 학습의 결과로 그런 회피심리를 억제하고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며 행동하기 마련이다.

당대의 학습이 아니더라도 인류가 그 오랜 기간 집단생활을 유지하면서 공동체 유지의 필요에 의해 터득된 사회 도덕적 품성은 이제 일종의 사회적 유전 정보로 계승되며 스스로의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느냐가 아이와 어른을 경계짓게 만들었다고 본다.

그러나, 현대 교육이 인성보다 지식습득에 지나치게 치중되면서 ‘사회적 개인’의 역할모델을 제대로 찾지 못한 애어른들이 늘고 있다.

근자의 사회적 집단 민원 등에서도 실상 그 같은 ‘책임은 피하고 권리는 탐하는’ 증상이 종종 나타난다.

모든 집단 행동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정당한 요구들 틈새에 끼어들어 나 이외의 모든 개체나 집단은 단지 이용 대상으로 전락시켜 버리는 행위를 하는 이들이 큰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근자에 이르러 부쩍 늘어난 듯 싶다.

그만큼 집단행동에 따른 사회적 위험이 사라졌다는 반증으로 반겨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사회공동체 전체의 결합력에 손상을 줄 위험이 있는 현상으로서 우려는 남는다.

이런 애어른이 한 개인일 때도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큰데 만약 큰 힘을 가진 집단, 특히 무력마저 갖춘 국가 단위에서 그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그 위험성은 인류사회 전체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 정도로 심각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위험한 이웃을 곁에 두고 살아간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분명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며 주변 여러 나라에 심각한 피해를 안긴 침략국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전쟁의 최대 피해국으로 둔갑해 큰소리를 치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폭탄을 맞은 나라라는 점을 극단적으로 부각시키며 반핵평화 의제를 선점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의제 아래 슬금슬금 플루토늄을 수집, 이제는 대량의 플루토늄과 발전된 제반 기술을 토대로 언제라도 핵보유국으로 돌아설 준비를 갖췄다.

이지스함을 보유했으니 이미 핵보유는 했다고 봐야겠고, 그보다는 핵무기 생산국이 될 준비가 모두 끝난 상태라고 표현해야 정확하겠다.

피폭의 피해를 극대화하면서 이미 전쟁범죄의 모든 책임은 소멸시켜버렸다고 믿었던 일본으로서는 뒤늦게 책임 추궁하는 한국을 정말 이해 못할지도 모른다.

큰 범죄를 저지른 사이코패스들이 스스로 책임질 잘못이 없다고 믿듯 그들은 애당초 인류사회에 책임질 그 무엇도 없다고 확신하는 것처럼 보인다.

단지, 남의 장난감이라도 내가 한번 갖고 놀았으면 내 것이라고 떼쓰는 아이처럼 한 때의 식민지를 잃었다고 억울해 할 뿐 스스로 객관화가 안되는 모양이다.

미국 엄마들은 이럴 때 그 떼를 다 받아주는지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그런 이웃과 외교를, 통상을 얘기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가 가슴 답답하다. 주필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