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수료 결정, 시장만이 할 수 있나
<기자수첩>수수료 결정, 시장만이 할 수 있나
  • 전병윤
  • 승인 2005.05.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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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중은행들의 수수료 인하를 위해 압력을 가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시장 경제의 가격 결정에 대한 회의감이 느껴진다.

그동안 은행들은 정부의 은행 위주 정책에 편승해 금리 마진으로 인한 수익구조에서 수수료 수익을 포함한 비이자수익 부분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앉아서 돈 번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은행의 수수료 인하는 좀처럼 시원스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은행들의 현실과 달리 증권업계는 정반대의 현실에 놓여 있다. 증권사 본연의 수익구조라 할 수 있는 매매수수료가 수수료 인하로 인해 고질적인 수익 악화에 허덕이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은 수수료 인상을 해야 한다는 명분이 명확한데도 서로 눈치를 보느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같은 극명한 결과가 나온 원인은 명확하다. 우리나라에서 은행은 시장에서 독과점 위치에 있고, 증권사들은 과당경쟁의 위치에 놓여 있다는 차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과당경쟁의 폐해속에 끊임없이 수익악화에 시달릴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둘 다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피해가 온다는 측면에선 같은 상황이라 볼 수 있다.

독과점 형태를 가지고 있다면 적정 수수료 이상으로 가격 결정이 형성되기 때문에 당장 고객이 지불해야 할 금액이 커지게 될 것이다.

반면 과당경쟁으로 인한 제 살 깎기가 만연한다면 선진국에 비해 금융시스템이 부실한 우리나라는 폐해가 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될 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금융계 직원은 “보이지 않는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 결정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가격 결정이 시장에 의해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결정될 수 있을까? 어느 금융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 시장 질서는 이미 부실을 거치면서 정부의 손이 닿아 있는데 가격 결정을 시장에 맡기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합리적인 가격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조정해 나가야 하는 게 오히려 합리적이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동안 회사들이 가격결정 과정에서 끊임없이 담합을 시도하거나 의혹을 사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주장을 수긍하게 만든다.

감독당국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부당공동행위나 부당염매에 대해 보다 강한 검사를 통해서도 가능할 일이다. 또한 정부가 관치금융이란 비판을 지나치게 우려하지 말고 수수료 체계에 대한 정확한 원가분석을 통해 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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