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력 또 하나
중국의 저력 또 하나
  • 홍승희
  • 승인 2005.07.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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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중국 위안화가 평가절상됐다.

부시 재선을 앞두고 2003년부터 시작된 평가절상 압력을 WTO 가입에도 불구하고 2년씩 버텨내던 중국이 지난 21일 결국 평가절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폭은 2%에 불과해 2년 동안 행정부는 물론 의회와 FRB까지 동원, 총체적 압력을 행사해온 미국이나 이에 보조를 맞추던 일본과 EU 등의 힘을 쭉 빼놓았다.

1994년 관리변동환율제로 환율정책 실험을 시작했다가 아시아의 외환위기 강습에 1997년 다시 사실상의 고정환율제로 돌아섰던 중국은 이번 평가절상과 아울러 변동환율제로의 제도 전환도 함께 진행했다.

WTO 가입 이후 중국으로서는 일단 제도 전환을 한 이상 과거와 같이 일방적인 정부 관리형 환율제도로 되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실상 위안화 2% 평가절상보다는 지속성을 지니는 환율제도 변경이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봐야 할 듯 싶다.

그런 까닭인지 평가절상 폭은 기대만큼 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발표 당일 서울외환시장의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는 원화 환율이 급락하며 한동안 거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원화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달러 등 아시아 통화의 동반 절상 효과가 일어나면서 시장참가자들이 섣불리 호가를 부르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루 전날 113.70엔까지 상승, 14개월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던 엔/달러 환율 역시 다른 아시아 통화에 비해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110.42엔으로 주저앉았다.

역시 중국의 그 큰 덩치는 선진그룹들과의 경제수준차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위력을 갖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중국이 그동안 외부의 거센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과 국내의 빠른 임금 인플레 현상에도 불구하고 굳세게 버틴 이유는 2008년 북경 올림픽 이후 예상되는 위안화 가치 하락까지 염두에 둔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만큼 이번 발표에 앞서 제도적 장치 마련에 공을 들였다는 얘기인 셈이다.

정책 준비기간이 1년을 넘는 경우가 드문 한국 실정에 비하면 참으로 대단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저들에 비해 기초체력도 약한 한국이 장기적 전략보다 임기응변에 의존하며 과연 경쟁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점할 방법이 있을지 염려스럽다.

위안화 평가절상 소식에 언론들이 앞다투어 분석하는 것은 고작 산업별 수출에 미칠 영향, 조금 더 나아가면 국내에 유입되는 중국의 저가제품 수입에 미칠 영향 정도일 터이다.

언론의 분석 수준이 이렇다는 것은 결국 정책 당국도 거기서 크게 다르지 못하리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 사회의 단견적이고 조급한 성정이 장기적 전망과 전략을 내놓을 만큼 충분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못한 탓이다.

학계는 여기서 더 나을까.

불행하게도 그렇다는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학계의 각종 논문들이 종종 우리를 민망하게 함을 언론 종사자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미발표 논문을 미리 입수하면 언론은 생리적으로 이슈가 될만한 한가지 팩트만 끄집어내 침소봉대하기 마련이다.

그리고는 상투적인 해설, 분석 따위를 붙이고 늘 답하는 몇몇 코멘트 전문 학자들의 한 두마디를 인용, 기사를 내놓는다. 이건 대단히 의미있다고 판단할 때 보도하는 수준이다.

이 기사는 다시 학자들의 논문에 주요 근거 자료로 인용된다. 그리고 그 논문이 다시 언론에 보도되기 일쑤다.

학자와 언론인들 사이의 이런 자가발전 현상은 특히 사회과학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그러면서 성급하게 정책적 대안을 내놓지 않는 정부 관료들을 질타한다. 정부 역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차분한 정책 개발은 불가능하다.

소위 여론이라는 것이 이런 폐쇄회로 속에서 맴돌다 어느날 슬그머니 사라지고 나면 언론은 다시 하이에나의 본성으로 되돌아 간다.

이 속에서 우리는 저 대단한 인내심과 장기적 전략으로 무장한 중국을 이겨낼 수 있을까.

중국은 경제개발에 본격 착수하기 전에 이미 소수민족들의 분열 가능성에 대비, 동북공정을 비롯한 7대 공정을 준비했다 할만큼 치밀하게 사회를 분석해내고 있다.

지금 모든 소수민족사를 중국사 속으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는 이미 등소평의 개혁개방이 시작될 때부터 함께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 이런 저력을 가진 중국과 경쟁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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