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접어든 배터리 업계···ESS로 길 찾는다
'보릿고개' 접어든 배터리 업계···ESS로 길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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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침체 1분기 실적 감소···ESS 투자 확대
中 글로벌 시장 절반 차지···가격경쟁력 '숙제'
LG에너지솔루션의 ESS 제품 전시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LG에너지솔루션의 ESS 제품 전시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 1분기 일제히 침체기를 맞은 가운데 분위기 반전을 위한 카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사업 성장의 핵심이었던 전기차 수요 회복이 내년까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새로운 미래 먹거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당장 업계에서는 ESS(에너지저장장치)의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중국이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어 비집고 들어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는 올해 1분기 일제히 실적 하락세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매출 6조1287억원, 영업이익 157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9%, 전분기 대비 23.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2%, 전분기 대비 53.5% 줄었다. 1분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 공제 금액은 1889억원이다. 이를 제외하면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에 31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1분기 매출 5조1309억원, 영업이익 267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전분기 대비 8% 줄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 전분기 대비 14% 줄어들며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온은 1분기 매출 1조6836억원, 영업손실 331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1조원 이상 줄어들었고 영업손실은 적자를 유지했다. 

이처럼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한 판매량 감소로 3사가 동반 부진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3사는 우선 기존에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던 ESS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내 두 번째 단독공장인 애리조나 공장을 북미 ESS 전초기치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애리조나 공장은 북미지역 첫 원통형 공장이자 ESS 생산기지다. 또 지난해 말부터 중국 남경에서 양산을 시작한 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도 북미 및 유럽 시장에 공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삼성SDI는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에서 에너지 밀도를 30% 높인 SBB(Samsung Battery Box)를 선보였다. 올해 1분기에는 비수기 영향으로 ESS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전력용 SBB 판매 확대와 UPS용 고출력 배터리의 수요 증가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하고 있다. 

ESS 부문에서 후발주자인 SK온은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ESS사업부를 신설하고 LFP 기반 ESS를 만들기로 했다. '인터배터리'에서는 ESS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NCM은 LFP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안전성이 좋고 비용이 저렴하다.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에 따라 ESS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 기업들의 투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배터리 기업뿐 아니라 에너지 솔루션 기업들 역시 ESS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어두고 공략 채비를 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지난달 유럽 무대에 자사의 차세대 ESS 제품을 공개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ESS 시장 규모는 지난해 대비 27% 늘어난 400억달러(약 53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성장세는 2035년까지 이어지며 8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이 기관은 내다봤다. 

이처럼 ESS 시장 전망은 밝지만, 우리 기업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확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ESS용 리튬이온배터리 점유율은 중국 기업인 CATL과 BYD가 각각 40%, 12%로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다. 우리 기업 중에서는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5%, 4% 점유율을 차지했으나 전년 대비 점유율 변동이 없거나 줄어들면서 역성장했다. 

업계에서는 북미 지역 공급이 본격화되는 2026년 이후 ESS가 본격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SNE리서치는 "한국 기업도 2026년 북미 지역에 ESS용 LFP 배터리를 양산해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재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ESS는 미국 IRA에 따른 해외우려기업 규제 대상이 아닌 만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또 ESS가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 전기차 침체기가 계속될 수 있어 손해를 최소화하며 보릿고개를 넘어가야 한다는 숙제도 있다. 배터리 기업들 설비 투자 규모를 줄이고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넘긴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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