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믿지 못할 정부 통계···부동산 지표 신뢰도 '흔들'
[초점] 믿지 못할 정부 통계···부동산 지표 신뢰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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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실제 주택 공급량보다 19만호 적게 집계···시장에 '공급 절벽' 신호
건설사에 전적 의지하는 '미분양' 통계 논란 재점화···실제 미분양 더 많아
공급 확대 기조 변화없다는 정부···"시장 침체기 아니였다면 충격 컸을 것"
2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
2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정부가 부동산 주요 지표인 주택 공급 실적을 일부 누락시키면서 부동산 통계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잘못된 통계가 실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가, 이번 주택 공급 실적 오류 외에도 미분양 등 다른 부동산 관련 통계에 대해서도 불신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12월 집계된 월별 주택 공급량이 실제보다 19만3000호 적었다고 최근 발표했다. 준공에서 12만호, 인허가·착공에서 각각 4만호, 3만3000호 실적이 누락된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 7월 주택 공급 데이터베이스(자료망·DB)체계를 재편하다 프로그램 코드 등 기계적 오류가 발생한 탓이라고 해명했지만, 올 1월 오류를 발견하고도 석 달 뒤 정정하는 등 늑장 대처에 논란이 가중됐다.

지난해 말고 과거 통계에 오류가 있었을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누락된 19만가구 중 10%는 매월 말 주택 공급 실적이 마감된 후 사업자 변경과 준공 정보 변경 등 미세한 부분이 반영되지 않은 것에 따른 것이다. 해당 시스템을 이전에도 동일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지난해 전에도 같은 오류가 반복됐을 거란 분석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의심이 있는 상황인 만큼 민간 위원회 등을 통해 차후 어떻게 집계할 것인지 상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부터 논란이 돼 왔던 미분양 주택 통계 역시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지자체가 건설사로부터 수집하는 미분양 주택 통계가 강제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만큼 '깜깜이 통계'라는 지적이다. 미분양 통계는 공개 여부와 가구 현황, 제출 또한 전적으로 건설사에 달려있다. 외부에 미분양 규모가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건설사가 이를 '축소 보고'해도 알 수 없다.

국토부와 대구시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기준 대구 미분양 주택은 1339가구였고, '악성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366가구로 집계됐다. 2월과 비교해 각각 150가구, 70가구씩 해소됐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그러나 이는 대구 미분양 단지 20곳 중 9곳(총 1339가구)이 대구시의 통계 수집에 응하지 않아 해당 집계에서 빠진 수치다.

결국 국토부가 각 지자체로부터 수집한 3월 미분양 주택은 6만4964가구로 집계됐으나, 건설사의 축소 응답 가능성을 고려하면 실제 수치는 10만 가구 이상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분양 통계를 관리하는 국토부는 저조한 분양 성적 공개 시 지역과 기업에 낙인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해 서울시가 건의한 '미분양 주택 신고 의무화' 관련 법 개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잘못된 통계가 실제 부동산 시장에 일부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가 지난해 준공 실적이 1년 전보다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소'했다고 발표되고 미분양이 일부 해소됐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은 이를 '공급 절벽' 신호로 받아들였다. 하락을 거듭하던 집값은 지난해 말부터 회복세를 보였고, 전셋값 또한 가파르게 올랐다.

아울러 정부는 오류인 통계를 근거로 지난해 '9.26 공급 대책', 올 초 '1.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주택 공급 확대를 약속했다. 이와 관련 이 관계자는 "공급 실적이 과소 집계됐더라도 정책 방향성을 바꿀 정도의 큰 차이가 아니기 때문에 주택 공급 확대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통계 오류는 단순히 신뢰도 하락에 그치지 않고, 이를 근거로 한 정책의 재검토와 민간에 미친 영향 등을 파악해 후속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집값 통계 조작으로 정부 관계자들이 기소된 만큼 시장에서 정부의 부동산 관련 통계에 대한 신뢰가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누락된 주택수는 분당과 일산을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였다"며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인데다가 오류 정정으로 공급 물량이 늘어나 다행이지, 집값 상승기였거나 공급 물량을 줄여야 하는 오류였다면 시장에 미칠 충격이 매우 컸을 것이다"라고 짚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통계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사업자의 사업 추진, 실수요자의 매수 결정에 활용되는 통계"라며 "건설사들이 다음 연도 사업 계획을 세울 때 영향을 주고, 학계에서도 연구할 때 잘못된 통계가 인용되면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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