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부업'이라는 멍에
[기자수첩] '대부업'이라는 멍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저축은행을 인수하려는 대부업체의 바램이 또다시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예금보험공사가 오는 6일 예성, 예솔, 예한솔저축은행의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는데, 예솔은 기업은행이, 예한솔은 KB금융이 새 주인으로 낙점된 것. 또 예성저축은행의 경우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이 설립한 키스톤PE가 인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인수시 자사 대출자 60만명 중 30만명을 저축은행으로 이전해 이들이 최대 7%포인트의 금리 인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러시앤캐시는 또다시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높여졌다.

앞서 러시앤캐시는 이미 수차례 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타진했지만 번번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에서 탈락했다. M&A 시장의 최대 변수인 '자금력'에 문제에 있어서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 퍼져있는 '대부업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다. '살인적' 고금리 등 약탈적 이미지가 강한 대부업체가 서민금융의 상징인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 당국자들의 판단이다.

저축은행업계 역시 부정적 기류가 짙다. 업계 내부에서는 대부업이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대부업체들의 특유의 추심으로 고객들이 피해를 볼 것은 물론 몇년에 걸쳐 진행된 구조조정으로 훼손된 이미지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돼 왔다.

최근 우리카드에 넘어간 러시앤캐시 배구단의 경우에도 '유일한 서울 연고지 구단을 대부업체에 넘길 수 없다'는 정서가 반영된 사례다.

대부업체들도 할말은 있다. 대부업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미지 개선을 위해 다양한 자정노력을 펼치고 있다는 것. 또한 불법 사금융과 정식 대부업체들을 결부시키지 말아 줄 것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업계의 이같은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부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내세워 M&A 시장에서까지 차별을 두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좀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의 경우 대부분 서민금융의 역할을 외면해오다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또 부실저축은행을 인수한 대형 금융지주사의 경우 은행-저축은행의 연계영업이 어려워 경영정상화에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대부업체의 경우 기존 '서민금융'의 강점을 살릴 경우 오히려 긍정적 효과로 이어질 개연성이 적지 않다.

더욱이 러시앤캐시 사례의 경우 상당수 서민들이 금리인하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으니 당국 입장에서도 좀더 고민해볼 여지가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대부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역시 저축은행 인수를 계기로 일정부분 상쇄될 수 있으며, 우려되는 부작용은 당국이 관리감독에 더욱 만전을 기하면 될 일이다. 

언제까지 대부업을 왜곡된 시선으로만 바라볼 것인지. 진정 서민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 정부 당국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