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보다 텃새?
철새보다 텃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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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의 2012년 주거실태조사 자료(국토교통부, 5월13일)를 보면, 최근 2년 내의 이사가구 비율인 '주거이동률'이 32.2%로 나타났다. OECD 통계와 비교할 경우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아주 높은 주거이동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세 집 중 한 집은 최근 2년 내 이사를 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또 다른 측면에서는 2010년(35.2%)에 비해 3.0%p 하락했으니 그만큼 경제 활력이 떨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주택시장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경기에 활력이 없으니 이사를 가고 싶어도 집이 안 팔리거나 자산과 소득이 충분치 않아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가구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체력이 떨어진 철새가 원하는 곳으로 날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텃새가 돼가고 있다는 얘기다. 만약 경기가 좋은 상태에서 주거이동률이 떨어지고 있다면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불황인 상태에서 주거이동률이 떨어지고 있으므로 이는 더 많은 자발적 주거이동이 제약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결국 비자발적 텃새화가 진전되고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2010년에 비해 2012년 조사에서 주거만족도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장기불황임을 감안할 때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지만 이것을 믿는다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주택정책에 있어서 적절한 주거이동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가 필요하고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요구된다.

현재 우리나라 주거이동률이 다소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주거이동이 낮아 텃새거주자가 많을수록 주거안정성이 높다는 개념적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산업구조가 변하게 되면 가구의 주거수요도 시시각각 달라지고 자연스레 잦은 주거이동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또 적절한 주거이동은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파생적으로 관련 산업(부동산, 건설, 주택, 가전, 가구 등)의 성장을 촉진하므로 나라 경제 활성화에 큰 동력이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이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는 국가에서는 주거이동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경제가 성숙되면서 상장이 둔화되면 자연스레 주거이동률도 하락할 것이고 최근 2년간의 통계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주거이동률이 경제상황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적절할 것으로 보이며 주거이동률 하락을 면밀히 분석해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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