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권익을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
소비자권익을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
  •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
  • imfine@kca.go.kr
  • 승인 2013.05.3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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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

올해 초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라는 국정비전과 함께 새 정부가 출범했다. 새 정부는 향후 국정 운용의 방향과 정책추진의 우선순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14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는데, 역대 정권과는 달리 '소비자권익 보호'와 관련된 과제들이 눈에 띈다. 향후 소비자정책의 효과적 추진을 위한 인프라가 개선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140대 과제 중 하나인 소비자권익보호의 세부 추진계획 중에는 '소비자보호기금 설립․운영'이 포함됐다. 이는 이미 지난 해 대선 공약사항으로 제시된 것이라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소비자분야 기금 설치의 필요성은 최근 2년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바 있고, 금년 초에는 여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의 설치를 위한 소비자기본법 등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소비자정책의 총괄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도 현재 정부 입법을 추진 중이다. 학계나 시민사회에서의 주장이나 요청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뤄져 온 터라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이뤄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입법 추진 과정에서 기금의 용도와 운용, 재원 확보 방안 등에 대한 이해관계집단의 다양한 의견 표출과 이를 조율하기 위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소비자권익과 관련된 정책들은 국가 재정 운용상의 제약과 여타 이유로 인해 늘 정부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다. 이로 인해 소비자단체와 소비자정책 추진 정부기관의 소비자권익증진 활동이 제약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또 현실에서는 소비자가 기업의 위법한․부당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현실적 한계로 인해 배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 실정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소비자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정부가 직접 해결하거나 시장에 위임하는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의존한 바가 컸다. 그러나 규제개혁, 글로벌 시장의 개방 확대, 정보통신기술의 진보와 신기술의 등장, 서비스 분야의 확대 등으로 인해 정부조직이 '다루기 어려운 문제'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정부 위주의 전통적 대응방식이 한계를 노출하게 됐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보다 더 신축적이고 포괄적이며 적응력이 높은 기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불확실하고 예측 곤란한 현대의 소비자문제들을 기존의 경직적 정부예산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일 정부조직에 의해서는 효과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에 대해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 소비자단체, 기업, 학계, 일반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머리를 맞대면 효율적 해결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 이러한 대안의 하나로 제시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가칭)'소비자권익증진기금'이다.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은 조성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체의 참여와 협력을 토대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기금의 재원으로는 정부 출연금, 기업과 개인의 기부금, 그리고 소비자보호관련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과징금 등이 검토될 수 있는데 이는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의 필요성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타당성이 높은 재원들이다. 다만, 기금으로 가져 올 과징금의 유형과 비율, 그리고 기금의 용도를 정하는 등의 세부 사항들에 대해 조율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의 효율적이고 투명한 운용을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기금운용 전문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단체, 학계 등 소비자권익증진 사업과 관계가 있는 민관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의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을 통해 소비자정책 추진에 있어서 협력적 거버넌스(collaborative governance)가 구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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