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소비자거래행위 규제를 위한 소비자거래법
부당 소비자거래행위 규제를 위한 소비자거래법
  • 김도년 한국소비자원 선임 연구원
  • seamaker@kca.go.kr
  • 승인 2013.07.25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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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년 한국소비자원 선임 연구원.

오늘날 사업자의 판촉활동은 매우 다양하다. 사업자는 소비자의 심리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한편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표시 및 광고를 통해 소비자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뿐만 아니라 사업자는 재화와 용역 등의 거래조건을 매우 다양하게 구성해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는 경제생활의 편익을 도모할 수 있고, 사업자와 계약체결의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런데 사업자의 판촉활동이 적극적일수록 소비자의 불만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사업자는 고객을 유치하고자 허위·과장광고의 경계를 넘나들고, 거래조건을 불명확하게 설명하거나 불확실한 미래의 사실을 단정적으로 제시하는 등 소비자의 오인을 유도한다. 때로는 사업자가 집요한 권유를 함으로써 소비자가 계약을 자유롭게 체결할 수 없도록 한다. 이와 같은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로 인해 소비자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계약의 구속력에 벗어나고 싶지만 쉽게 벗어나기 힘들다.

계약체결과정에서 사업자의 부당한 거래행위는 계약이행과정에서의 사업자 부당거래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사업자가 허위·과장광고한 대로 재화 및 용역을 제공할 리 없고, 불명확한 거래조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것이며, 불확실한 미래 사실에 대한 단정적인 표현에 대한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고 할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는 계약 또는 법률에 근거해 정당한 권리행사를 행하겠지만, 사업자는 소비자의 청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무시하거나 방해함으로써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친다.

게다가 소비자거래의 특성상 소송을 통해 구제받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 사건의 70.8% 이상은 50만원 미만의 사건으로 소송을 하는 경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할 때 경제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규제하기 위해서 공법적 규제를 사법적 규제와 병행해 고려하게 된다.

현행 법률로 위와 같은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를 규율하기가 쉽지 않다. 제품의 허위·과장광고는 표시광고법이 규제하고 있지만, 사업자의 오인유발행위나 강권행위까지 규율하기 어렵다. 그리고 소비자가 동일한 재화와 용역을 거래했다고 하더라도 특수거래법이 규정하는 유형으로 거래하는 경우에만 소비자에게 청약철회권이 주어지고, 특수거래법상 사업자에 대한 금지행위가 적용된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저해하는 허위·과장광고행위와 기만적 행위 그리고 사업자의 강권행위 등을 포괄적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 즉 일반거래에서 적용되는 민법상의 착오 및 사기 강박규정을 소비자거래의 특수성을 반영해 구체화하고, 사업자의 금지행위로 규정함으로써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업자가 부당하게 계약이행을 하거나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공법적인 제재를 보완해 소비자의 사법적인 청구에 실효성을 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소비자기본법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정고시를 통해서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를 규제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제정 2012년 4월 20일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12-9호)를 제정해 업종의 제한없이 횡단적·포괄적으로 사업자의 부당거래행위를 규율하고 있다. 그러나 법규명령의 성질을 갖는 고시는 권력분립원칙에 비췄을 때에는 바람직하지 못하며, 계약체결과정에서의 사업자의 부당행위에 대해 행정적 규제만을 하는 것은 소비자 주권시대로 접어드는 현시점에 걸맞지 않는 규제방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2013년 소비자정책 종합시행계획에는 소비자거래법 제정계획이 포함됐다. 사업자의 부당행위 규율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법적 규제 장치를 보완하고, 그 실효성 확보를 하는데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에서 소비자거래법의 제정계획은 시의적절하다. 소비자거래법의 제정으로 현행 소비자보호 법제도의 틀이 사업자의 행위 규제에서 소비자거래 중심으로 전환되길 바라며,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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