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하반기에만 세차례 전산사고…제재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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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관련논의 진행"…"리더십 부재 탓" 지적도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한국거래소가 올해 하반기 들어서만 전산사고 '3관왕'을 달성했다. 이에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도 재발 방지를 위한 제재 논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9시30분부터 LG화학 등 26개 유가증권 종목과 ELW 151개 등 총 183개 종목의 매매체결이 지연됐다. 김재영 한국거래소 IT전략부장은 "유가증권시장의 매매체결 시스템은 60개 그룹으로 분리돼 있는데 그 중 한 그룹에서 매매체결이 지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는 이날 급등했던 SH에너지화학이 단기과열 종목으로 지정되면서 30분 단일가 매매 방식이 적용되면서 매매체결을 수행하지 못한 주문이 1건 발생했다. 이 주문의 체결이 지연되자 그 뒤로 같은 그룹의 모든 체결이 지연된 것.

매매체결은 약 한 시간 뒤인 오전 10시25분부터 정상화됐다. 김 부장은 "투자자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비록 체결은 안 됐지만 그 주문들이 순차적으로 접수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감독당국과 금융투자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거래소가 이미 지난 7월에도 전산사고를 2건이나 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지난 7월15일 오전 9시15분부터 66분 동안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코스콤이 운영하는 체크(CHECK) 등 시세 단말기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를 지연 전송했다.

그리고 사고 이후 24시간도 안 된 16일 오전 2시40분경 시스템 전력 공급부에 설치된 애자(경질자기 등으로 만든 고체절연물)가 파손되면서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와 연계된 코스피200지수 선물거래가 중단 돼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조기폐장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당시 사고가 이어지면서 금감원에서도 금융투자검사국과 IT감독국 두 개의 국에서 나가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 때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제재방안은 아직 금감원 내부 절차를 거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 번째 전산사고가 터지자 금감원도 거래소 전산 체계에 대한 확인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 관계자는 "관련 제재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며 최대한 빠르게 검사결과를 발표하겠다"며 "이번 사건도 일단 사고 경위를 들어보고 다시 검사에 착수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연이어 터지는 거래소의 전산사고가 이사장의 부재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6월13일 김봉수 전 이사장이 물러난 이후 이사장 선정절차가 한 때 중단되면서 현재까지 약 3개월 동안 이사장직이 공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측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하겠지만 큰 전산사고가 세 번이나 이어서 일어났다"며 "리더십 부재로 업무 기강이 해이해지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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