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조선' 공식 흔들…'유화' 주력사업 등극?
'현대重=조선' 공식 흔들…'유화' 주력사업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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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조선계열 영업익 비중 48%로 '뚝'
지난해 조선-유화 이익격차 700억 불과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세계 최고 수준의 시장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문의 그룹 내 입지가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주력인 조선계열사들이 지난해에 낸 이익이 그룹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차상위 사업군으로 분류됐던 정유·석유화학 사업부문은 시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을 전년비 20% 가량 늘리며 그룹 내 '캐시카우'로 등극했다. 조선 부문과의 격차도 겨우 700억원에 불과해 주력 사업을 턱밑까지 따라잡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중공업 그룹 산하 26개 계열사의 개별기준 매출 합산액은 총 60조8044억원이다. 이 중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힘스, 현대이엔티 등 조선업종 5개사의 매출액은 31조8493억원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54%)보다 소폭 줄어든 수치다.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코스코, 현대쉘베이스오일, 현대오일터미널 등 4개사로 구성된 유화사업부문도 34조6282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전년(36%)대비 소폭 상승한 38%의 그룹 매출 비중을 차지했다.

문제는 영업이익이다. 지난 2012년 5개 조선계열사의 개별기준 합산 영업이익은 1조6729억원으로 그룹 전체(2조1319억원)의 78.5%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고작 5012억원을 기록해 그룹(1조422억원) 이익의 48%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총 357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코스모, 현대쉘베이스오일, 현대오일터미널 등 4개 유화계열사는 지난해 429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체 그룹 이익의 41%를 차지했다.

▲ 자료=현대중공업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
이는 조선사업이 지속적인 업황 악화에 따른 선가하락의 직격탄을 맞은데 반해, 유화사업은 시황 악화 속에서도 국내 정유사 중 유일하게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저가 수주의 여파로 매년 1조원을 거뜬히 넘겨오던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개별기준 영업이익은 7000억원대에 그쳤으며,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은 각각 2058억원, 35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조선사업과 함께 유화사업도 지난해 시황 악화에 직면했지만,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0년 인수한 정유사 현대오일뱅크는 일제히 수익성 악화를 기록한 경쟁사와는 달리 유일하게 31%의 영업이익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같은 추세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된 조선 선가가 내년 상반기가 돼서야 실적에 일부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유화부문은 지난해까지 투자해온 사업 다각화로 인한 수익성 강화 효과가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조선부문의 실적은 떨어지고, 유화부문은 시황 악화 와중에도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하다보니 유화 부문이 상대적으로 더 성장하고 조선 쪽은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체적인 불황 가운데서도 현대오일뱅크가 운영을 효과적으로 잘 해온 것처럼 그룹 내 조선 등 다른 사업 부문도 균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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