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3분기 성적표 '풍요 속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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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사업 호조에도 대규모 과징금…수익성 '뚝'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지난해 해외 부실사업장 여파로 대규모 손실을 봤던 건설업계의 경영 실적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주택사업 회복으로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공공공사 입찰담합으로 부과된 막대한 과징금으로 수익성은 오히려 하락했다. 게다가 해외 수주 환경도 녹록치 않아 영업이익이 늘어나도 순이익은 감소하는 '풍요 속 빈곤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순위 기준 상위 15개 건설사 중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두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상장사 7개사의 3분기 매출은 총 19조849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57% 상승했다.

하지만 이들 7개사의 영업이익(4356억원)은 같은 기간 8.3% 감소했다. 업체별로는 대림산업을 제외한 6개사가 올해 3분기 모두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삼성물산 1439억원 △현대건설 2307억원 △대우건설 974억원 △GS건설 240억원 △현대산업개발 560억원 △두산건설 237억원 등을 기록했다.

7개사 모두 국내 주택사업이 효자 노릇을 했다. 특히 주택사업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이 560억원에 이르렀고 매출액은 1조1282억원으로 전년대비 3.9%가 늘었다. 2013년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GS건설 역시 주택부문의 실적 개선을 앞세워 올 3분기 영업이익 240억원을 달성,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신규 분양이 잘 되고 미분양 할인 비용이나 판촉비가 예상보다 적게 나가는 등 주택부문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국내 주택사업 호조에 따른 경영실적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폭탄과 해외사업에서의 암초에 발목이 잡혀 빛이 바랬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공정위가 올 들어 지난달 초까지 건설사 39곳에 부과한 과징금은 8093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7개사의 과징금 규모는 4897억원으로, 분기당 평균 1632억원,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1 이상이 과징금으로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과징금 등을 반영한 이들 7개 건설사의 순이익은 510억원으로, 전년대비 84% 줄어들었다. 사업에서 흑자를 내고도 정작 과징금을 제외한 순이익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입찰담합의 1차적인 책임은 건설업체에 있지만 우월적 지위에 있는 발주처가 저가낙찰을 유도하는 구조적인 문제에도 원인이 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모두 건설업체에게 전가하고 1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기간산업인 건설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징금 폭탄을 한 번 맞으면 사업을 잘 해 수익을 남기더라도 건설업체 영업이익은 적자로 뒤바뀔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업계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연이은 과징금 부과 조치가 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규모 해외 건설 프로젝트 증가와 원가 절감 노력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었지만 과징금 납부로 고스란히 날렸다"며 "한 해에만 8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이 쏟아지는데 실적이 좋을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해외시장의 불안감도 주택시장 활황으로 회복한 실적을 무색케 할 위험요소로 꼽히고 있다.

4개월 넘게 이어지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 '텃밭'인 중동에서 대규모 플랜트 공사 수주가 크게 위축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올 6월 배럴당 106.91달러를 기록하고 나서 4개월 만에 25% 정도 하락했다.

이로 인해 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중동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거둔 수주액은 29억달러로 전년동기(84억달러)대비 35%대로 쪼그라들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유가하락으로 해외 신규수주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여기에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등이 맞물려 실적 개선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담합이라는 건설업계의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고쳐야 할 문제"라면서도 "하지만 불안한 국내외 경제여건에 엄청난 과징금까지 겹치면 경영이 급속히 나빠져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3분기에 1894억원 영업손실로 대형건설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한 대림산업은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에서 3364억원가량의 원가비용이 추가 발생한 것이 실적 악화의 빌미가 됐다는 평이다. 3분기 영업이익이 974억원으로 전년대비 9.4% 줄어든 대우건설도 오만 수르 현장 준공 지연 등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한편 오는 14일 코오롱글로벌을 시작으로 중견건설사들의 실적 발표가 시작된다. 현재 계획으로는 20일 안팎으로 한라(옛 한라건설)와 계룡건설이 3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28일께 태영건설과 한신공영이 발표한다. 남광토건은 내달 1일 공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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