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과세추진+배출권 거래제 '3중고'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정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1조원 규모의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부터 LPG·나프타 과세를 추진하는 등 영업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신사업에 진출하는 등 돌파구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2015년부터 나프타제조용 원유에 1%, LPG·LPG제조용 원유에 2%의 관세를 다시 부과하기로 정책을 변경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할당관세 운용방안을 지난 18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통과시킨데 이어 이날 국무회의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 정부는 일반 원유에는 3%의 세금을 부과하지만,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지난해 정유 4사가 나프타 제조용으로 수입한 원유는 1억3800만 배럴로 약 3300억원의 세금 혜택을 봤지만 내년부턴 1100억원의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로 인해 업계는 향후 3년간 최대 7800억원의 이상의 재정부담이 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제유가는 전세계적인 원유 공급 우위 상황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있어 내년 1분기까지 추가 조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정유업계는 비상계획을 짜며 리스크 관리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원가절감이 주를 이룰 뿐 뚜렷한 방안은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은 가격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하고 각종 비용절감에 나서는 한편, 업체별로 이미 10∼20%의 조직 축소와 함께 20% 이상의 경비삭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는 올 들어 지난 3·4분기까지 총 누적 적자가 9711억원에 달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적자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경영위기가 가중됨에 따라 정유사들은 신사업에 진출하는 등 수익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사 가운데 처음으로 카본블랙 사업에 진출하며 석유화학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중장기 먹거리 확보에 나섰다. 현대오일뱅크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통해 카본블랙을 생산, 이를 합작사인 독일 회사를 통해 해외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에쓰오일의 경우 울산공장 시설개선을 통해 제품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운영비를 절감에 나서는 한편, 비교적 시황이 좋은 PO(산화프로필렌) 사업에도 진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
GS칼텍스는 탄소소재 사업과 바이오부탄올 사업을 유성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탄소섬유 LFT(장섬유 강화 열가소성수지)'를 국내 기아차 및 해외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으며 바이오부탄올은 2016년부터 상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100%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통해 일본 미쓰비시케미칼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아크릴산 및 아크릴에스테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을 전담하는 PI(Portfolio Innovation)실을 신설했다. PI실은 미래 성장 동력을 적극 발굴해 '안정 속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운영 본부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