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짓고 못산다"…'크림빵 뺑소니' 용의자 19일 만에 자수
"죄짓고 못산다"…'크림빵 뺑소니' 용의자 19일 만에 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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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온라인속보팀] 이른바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의 유력 용의자 허모(37)씨가 29일 경찰에 붙잡혔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이날 오후 11시 8분께 허씨가 경찰서 후문을 통해 강력계 사무실을 직접 찾아와 자수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19일 만이다.

허씨는 지난 10일 오전 1시 29분께 청주시 흥덕구의 한 도로에서 강모(29)씨를 자신의 윈스톰 차량으로 치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강씨는 임신 7개월이 된 아내의 임용고시 응시를 돕기 위해 화물차 기사 일을 하다가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 들고 귀가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그에게 '크림빵 아빠'라는 호칭을 붙이고 애도하며 조속한 사건 해결을 촉구했고, 흥덕경찰서도 지난 27일 박세호 서장을 본부장으로 한 수사본부 설치, 뺑소니범 검거에 나섰다.

그러나 제대로 된 CCTV 영상을 확보하지 못해 용의 차량을 BMW로 여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을 토대로 BMW 3/5/7시리즈, 렉서스 LS 시리즈, 뉴 제네시스, K7 등 4종으로 확대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칫 수사가 장기화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반전되는 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고현장 부근인 차량등록사업소에서 근무하는 청주시 공무원 A씨가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뺑소니 아빠' 기사를 보고 "우리도 도로 변을 촬영하는 CCTV가 있다"는 댓글을 단 것이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

흥덕경찰서 수사관들은 수사본부 설치 당일인 지난 27일 차량등록사업소를 방문해 확보한 CCTV 영상을 분석, 용의 차량을 회색계통 윈스톰으로 특정했다. 이때부터 수사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경찰이 29일 용의차량으로 회색 윈스톰을 특정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고 경찰 수사망이 좁혀지자 허씨의 아내가 이날 오후 7시께 "남편을 설득 중인데 경찰이 와서 도와달라"고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용의자의 집으로 긴급 출동했다. 부인의 제보에 신원까지 확인된 상황이어서 용의자를 쉽게 검거할 듯한 분위기였다. 이쯤 일부 매체들은 용의자 자수, 용의자 검거 등 다소 성급한 보도를 내보내기 시작했고 약간의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이 당도했을 때 정작 허씨는 자취를 감추고 없는 상태. 허탕이었다. 또 다른 잠적에 대비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그런데 경찰이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하며 보낸 문자에도 응답하지 않았던 허씨는 이날 오후 11시 8분께 예고도 없이 흥덕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자수 당시 그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로 사실상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허씨의 혐의를 일부 확인한 뒤 특정범죄처벌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긴급체포했으며, 허씨의 신분은 용의자에서 피의자로 전환됐다. 경찰은 허씨를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이르면 30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피의자인 허 씨는 경찰에 긴급체포된 직후 자수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며 "죄 짓고 못 산다"고 말했다. 그러나 '좀 더 일찍 자수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며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음은 허씨와의 일문일답. [연합뉴스 제공]

-- 왜 도주했나.

▲ 사람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 사고가 난 줄 몰랐나.

▲ 알았다.

▲ 사람이라기보다 조형물이나 자루인 줄 알았다.

-- 오늘 자수를 결심한 이유는.

▲ 죄 짓고 못 산다.

-- 그렇다면 좀 더 일찍 자수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다음에 말씀드리겠다.

-- 사고를 낸 차량은 어디 있나.

▲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죄송하다.

-- 심적 부담을 느끼지 않았나.

▲ 숨을 쉴 수가 없었다.

-- 오늘(29일) 출근했나.

▲ 출근했다.

-- 출근할 정도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던 것 아닌가.

▲ 양심의 가책을 안 느낄 수 있었겠나.

--유족에게 할 얘기는 없나.

▲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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