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하나銀 통합중단 '후폭풍'…하나금융號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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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임원급 '칼바람'…통합 주도권은 노조로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이르면 올 4월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작업이 지연되면서 하나금융 내부에도 변화의 기류가 역력하다. 한동안 공석이었던 하나은행장 선출 작업에 들어간 데 이어, 통합을 주도했던 핵심 임원을 일제히 물갈이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주도했던 이우공 하나금융 부사장과 정진용 하나금융 준법담당 상무, 주재중 외환은행 기획관리그룹 전무가 일제히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근 법원이 노조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오는 6월까지 합병 절차를 중단하라고 명령한 것에 대한 책임 차원이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은 곧바로 퇴임 임원들의 후임자 발령까지 시작하며 추후 통합 작업을 재개하기 위한 '새판 짜기'에 들어갔다.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통합추진단장에 박성호 하나금융 전무, 최고재무책임자(CFO)에는 곽철승 하나금융 상무가 임명됐으며, 하나금융 준법감시인 자리에는 권길주 외환은행 전무가 앉았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인사를 일종의 '문책성 경질'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외환은행 노조의 '통합 절차 중지 가처분신청' 결과를 사측이 지나치게 낙관한 탓에 사전대응을 적절히 못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풀이된다.

실제로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법원 결정으로 인해 통합이 미뤄질 것이라는 예상은 거의 하지 못한 듯한 분위기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법원 결정이 나기 직전인 지난 3일 중국 하나은행 기자회견에서 "회사 합병은 경영권 행사로, 노조의 동의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합병에 자신감을 내비쳤을 정도다.

하나금융은 법원 결정에 조만간 이의신청을 제기할 예정이지만, 이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분석이다.

더군다 하반기에 들어선다고 해도 통합 절차가 원활하게 시작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오는 6월까지도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조가 다시 '가처분 카드'를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법원의 이번 판결로 조기통합의 주도권을 노조가 쥐게 된 셈이다. 최악의 경우 통합 논의가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나금융은 미뤄뒀던 조직 재정비에 나서는 분위기다. 조기통합을 전제로 이어오던 '비상 체제'가 현재로서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지난해 11월부터 공석이었던 하나은행장 선출 작업에 들어갔다. 이날 그룹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행장 후보 가운데 한명을 내주 신임 하나은행장으로 선출한다는 예정이다. 현재 행장 후보는 김병호 하나은행장 직무대행, 함영주 충청사업본부 담당 부행장, 황종섭 영남사업본부 담당 부행장 등 3명으로 압축됐다.

내달 임기 만료를 앞둔 김 회장의 연임 여부도 관심사다. 김 회장이 지난해 7월 조기통합 이슈를 추진력 있게 끌고 왔던 만큼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왔지만, 상반기 통합이 불발된 것이 주주총회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김 회장은 임기 만료 이전에 은행 조기통합을 완료하고 수익성 회복에 집중할 계획이었다.

이미 외환은행 노조는 김 회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압박에 나섰다. 노조 관계자는 "하나은행보다 월등한 수익력을 보였던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에 인수된 이후 실적이 급락했다"며 "이는 김정태 회장과 하나금융지주의 총체적인 경영능력 부재 및 경영실패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에 대한 철저한 해명과 검증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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